삶
-
커피 가는 시간 / 문정희삶 2024. 9. 9. 21:14
커피 가는 시간 / 문정희아직도 쓸데없는 것만 사랑하고 있어요가령 노래라든가 그리움 같은 것상처와 빗방울을그리고 가을을 사랑하고 있어요. 어머니아직도 시를 쓰고 있어요밥보다 시커먼 커피를 더 많이 마시고몇 권의 책을 끼고 잠들며직업보다 떠돌기를 더 좋아하고 있어요바람 속에 서 있는 소나무와홀로 가는 별과 사막을미친 폭풍우를 사랑하고 있어요전쟁터나 하수구에 돈이 있다는 것쯤 알긴 하지만그래서 친구 중엔 도회로 떠나하수구에 손을 넣고 허우적대기도 하지만단 한 구절의 성경도단 한 소절의 반야심경도 못 외는 사람들이성자처럼 흰옷을 입고땅 파며 살고 있는 고향 같은 나라를 그리며오늘도 마른 흙을 갈고 있어요. 어머니 아내와 드라이브,,, 사랑이 우리를 살리고, 사랑으로 우리는 이룬다돌아보면 ,마음 아팟던 첫..
-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 /유안진삶 2024. 9. 4. 20:22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 /유안진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우리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얘기를 주고 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걱정되지 않는 친구가….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어찌 행복해질 수 있을까?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은근하며 깊고 ..
-
8월에는 쉼표 하나 찍자 / 전진옥삶 2024. 8. 23. 21:18
8월에는 쉼표 하나 찍자 / 전진옥열심히 달려온 널 위해이쯤에서 쉼표 하나 찍고휴식의 시간을 선물 하자이를테면너만의 시간을 띄워놓고푸른 감성에 젖어도 보고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풀벌레 소리도 들으며고요한 쉼을 갖는 거지이모두가오직 널 위한 것이므로"쉼표" 하나 찍어주자 넘어져본 사람은/이준관넘어져 본 사람은 안다.넘어져서 무릎에빨갛게 피 맺혀 본 사람은 안다.땅에는 돌이 박혀 있다고마음에도 돌이 박혀 있다고그 박힌 돌이 넘어지게 한다고.그러나 넘어져 본 사람은 안다.넘어져서 가슴에푸른 멍이 들어 본 사람은 안다.땅에 박힌 돌부리가슴에 박힌 돌부리를붙잡고 일어서야 한다고.그 박힌 돌부리가 일어서게 한다고. 어려움이 있어도 긍정하라비관적인 상황에서도 낙관하라 주어진 많은 순간이 고비마다,,,자신의 ..
-
우산 / 김수환 추기경삶 2024. 8. 4. 10:25
우산 / 김수환 추기경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죽음이란 우산이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일이다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고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것이요이별이란 하나의 우산 속에서 빠져나와각자의 우산을 펼치는 일이다연인이란 비오는 날 우산 속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요부부란 비오는 날 정류장에서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갈 줄 알면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요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는 사람에게우산을 내밀 줄 알면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비요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우산이다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우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