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바닷가 우체국/ 안도현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우체국이 있다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우체국이 한 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내가 이곳에 오기 아주 오래 전부터우체국은 아마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그리하여 귓속에 파도 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었다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세월을 큰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한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줄지어 소풍 가는 유치원 이아들을 만난 적이 있다내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우체통이 빨갛게 달아오..

2025.09.07

산동성 젖소목장 견학

봄길 / 김명인꽃이 피면 마음 간격들 한층 촘촘해져김제 봄들 건너는데 몸 건너기가 너무 힘겹다피기도 전에 봉오리째 져내리는그 꽃잎 부리러이 배는 신포 어디쯤에 닿아 헤맨다저 망해 다 쓸고 온 꽃샘바람 거기 부는 듯몸 속에 곤두서는 봄 밖의 봄바람!눈앞 해발이 양쪽 날개 펼친 구릉사이로 스미려다골짜기 비집고 빠져나오는 염소 떼와 문득 마주친다염소도 제 한 몸 한 척 배로 따로 띄우는지만경萬頃 저쪽이 포구라는 듯새끼 염소 한 마리,지평도 뿌우연 황삿길 타박거리며 간다마음은 곁가지로 펄럭거리며 덜 핀 꽃나무둘레에서 멈칫거리자 하지만남몰래 출렁거리는 상심은 아지랑이 너머끝내 닿을 수 없는 항구 몇 개는 더 지워야 한다고닻이 끊긴 배 한 척, 산만큼 쌓인 옥수수 엔시레지!상대를 무시하는 자세는 생존의 위협이다...

2025.09.07

홍성 남당리에도 있다 무지개도로,,,

긴 비가 끝나고 /박노해긴 장마 끝에푸른 하늘이 열리고햇살처럼 한번 웃는다내 어깨 위에 무지개가 없어도흰 구름 푸른 산맑은 빛으로 한번 웃는다​내가 그럴 수 있는 것은긴 빗줄기처럼우리 너무 오래 울어왔고이 땅의 눈물겨운 정경과가슴 저린 사연들과 아픔으로큰 울음을 품어왔기 때문이다​긴 비가 내리고 먹구름이 열리고길을 찾아 걸어온 나를 향해이미 마주 걸어온 광채가푸른 빛으로 웃음 짓는다고난을 견뎌온 빛나는 얼굴로탁 트인 마음의 좋은 웃음으로​이 땅에 서서 같은 비를 맞고세상 큰 울음을 같이 울어온 우리지금 내 어깨에 무지개가 없어도우리 어깨 위에 무지개 뜨기를 바라며흰 구름 푸른 산 선한 눈빛으로우리 한번 같이 웃는다 천둥과 비가 정신없이 내리더니,,,, 고요한 새벽을 선물합니다. 어렵고 복잡한 일을 마치..

2025.09.02

밤을 기다리며 / 유안진

밤을 기다리며 / 유안진​듣고 싶어라밀레의 그림 속 저녁종 치는 소리​집착과 욕망에 끌려다닌 벌건 대낮이 가고그 어이없는 낭패를 까맣게 덮어 지워주면서타일러 깨우치는 침묵하는 어둠​달려가 어머니의 검정 치마폭에얼굴 묻는 아이처럼눈물자국 덜 마른 그 아이 얼굴 가득넘치는 만족이여​고치 속에 다리 뻗어 안식하는 누에 번데기그렇게 오너라 밤, 밤이여.등을 바라보면 , 사랑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도 합니다, 늘 희망은 하나 입니다

2025.08.25

바람부는 날의 꿈 / 류시화

바람부는 날의 꿈 / 류시화바람 부는 날들에 나가 보아라풀들이억센 바람에도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풀들이바람 속에서넘어지지 않는 것은서로가 서로의 손을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쓰러질만 하면,곁의 풀이또 곁의 풀을...넘어질만하면곁의 풀이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일으켜 주기 때문이다이 세상에서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어디 있으랴이것이다우리가 사는 것도우리가 사랑하고또 사랑하는 것도바람부는 날들에 나가 보아라풀들이왜 넘어 지지 않고사는가를 보아라---.

2025.08.23

멈추지 마라 / 양광모

멈추지 마라 / 양광모 비가 와도가야할 곳이 있는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쌓여도가야할 곳이 있는사슴은 산을 오른다 길이 멀어도가야할 곳이 있는달팽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길이 막혀도가야할 곳이 있는연어는 물결을 거슬러 오른다 인생이란 작은 배그대 가야할 곳이 있다면태풍 불어도 거친 바다로 나아가라 싸우고 싶지는 않지만 짜증도 나는 날, 가끔 고민합니다,,, 자연인

2025.07.29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 이해인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 이해인눈을 감아도마음으로 느껴지는 사람그대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바람이 하는 말은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아침 햇살로고운 빛 영그는 풀잎의 애무로신음하는 숲의 향연은비참한 절규로수액이 얼어나뭇잎이 제 등을 할퀴는 것도알아보지 못한 채태양이 두려워마른 나뭇가지 붙들고 메말라 갑니다.하루종일노닐 던 새들도둥지로 되돌아갈 때는안부를 궁금해하는데가슴에 품고 있던 사람의 안부가궁금하지 않은 날 있겠습니까삶의 숨결이그대 목소리로 젖어 올 때면목덜미 여미고지나가는 바람의 뒷모습으로도비를 맞으며나 그대 사랑할 수 있음이니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바람이 하는 말은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 평소 무심히 들렸던 곳도 누구와 함께 가면 새롭습니다. 반기는 마음, 설레는 마음이 있었겟죠!..

2025.07.27

겸손의 향기 /이해인

겸손의 향기 /이해인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역겨운 냄새가 아닌 향기로운 말로향기로운 여운을 남기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말들이이웃의 가슴에 꽂히는기쁨의 꽃이 되고 평화의 노래가 되어세상이 조금씩 더 밝아지게 하소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리 없는험담과 헛된 소문을 실어 나르지 않는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말을 하게 하소서 나보다 먼저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사랑의 마음으로사랑의 말을 하게 하시고 남의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을 먼저 보는긍정적인 마음으로긍정적인 말을 하게 하소서 매일 정성껏 물을 주어 한포기의 난초를 가꾸듯침묵과 기도의 샘에서 길어올린 지혜의 맑은 물은 우리의 말씨를 가다듬게 하소서겸손히 그윽한 향기그안에 스며들게 하소서시골집에서 여름날의 농삿일을 하다가,,, 장독대에 앉아 자유로운 여행을 합니다..

2025.07.27

여름일기 / 이해인

여름일기 / 이해인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하얀 빨래처럼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태울 듯한 태양 아래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잘 익은 포도송이처럼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노래가 될 수 있도록뜨겁게 살고싶다. 여름엔 꼭 한번바다에 가고싶다. 바다에 가서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온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드려기도하는 그에게서살아가는 법을 배워오고 싶다..온전하게 나만의 이기적인 시간을 원합니다. 아주 이기적으로,,, 어느 모퉁이에서 눈치 안보고 쉼. 근데 어머니 집이었습니다

2025.07.23

제주 광치기 해변은 문주란이 그립습니다

바다에 갔다 / 정채봉바다에 가서 울고 싶어결국 바다에 갔다눈물은 나오지 않았다할머니 치맛자락을 꼭 붙들고 서 있는 것처럼그냥 하염없이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셋이서 시간이 남았습니다. 저는 추억이 있었습니다 제주에 이런 풍광도 있다고,,,, 해변에 어둠이 내리던 시간 성산포 갈치 조힘을 시키고,,,, 삶은 기다림이지만 가끔은 더 기다림이고,,,, 두려움이 없이 나서는 용기는 없었습니다. 문주란이 피었음 했던 작은 소망도 기다림으로 두었습니다

2025.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