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우체국이 있다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우체국이 한 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내가 이곳에 오기 아주 오래 전부터우체국은 아마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그리하여 귓속에 파도 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었다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세월을 큰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한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줄지어 소풍 가는 유치원 이아들을 만난 적이 있다내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우체통이 빨갛게 달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