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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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 / 류근삶 2023. 8. 25. 17:42
가을이 왔다 / 류근 가을이 왔다 뒤꿈치를 든 소녀처럼 왔다 하루는 내가 지붕 위에서 아직 붉게 달아오른 대못을 박고 있을 때 길 건너 은행나무에서 고요히 숨을 거두는 몇 잎의 발자국들을 보았다 사람들은 황급히 길에 오르고 아직 바람에 들지못한 열매들은 지구에 집중된 중력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우주의 가을이 지상에 다 모였으므로 내 흩어진 잔뼈들도 홀연 귀가를 생각했을까 문을 열고 저녁을 바라보면 갑자기 불안해져서 어느 등불 아래로든 호명되고 싶었다 이마가 붉어진 여자를 한번 바라보고 어떤 언어도 베풀지 않는 것은 가을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뜻 안경을 벗고 정류장에서 조금 기다리는 일이 그런데로 스스로에게 납득이 된다는 뜻 나는 식탁에서 검은 옛날의 소설을 다 읽고 또 옛날의 사람을 생각하고 오늘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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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노래 / 이해인삶 2023. 8. 19. 08:26
쌀의 노래 / 이해인 나는 듣고 있네 내 안에 들어와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는 한 톨의 쌀의 노래 그가 춤추는 소리를 쌀의 고운 웃음 가득히 흔들리는 우리의 겸허한 들판은 꿈에서도 잊을 수 없네 하얀 쌀을 씻어 밥을 안치는 엄마의 마음으로 날마다 새롭게 희망을 안쳐야지 작은 양의 쌀이 불어 많은 양의 밥이 되듯 적은 분량의 사랑으로도 나눌수록 넘쳐나는 사랑의 기쁨 갈수록 살기 힘들어도 절망하지 말아야지 밥을 뜸 들이는 기다림으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희망으로 내일의 식탁을 준비해야지 지난 8월 18일이 쌀의 날이었습니다 농업, 먹거리의 중요성이 경시되는 세상 민심이 안타깝습니다 식량 자금률이 19%대에 머무르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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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여름 소풍삶 2023. 8. 13. 13:43
0, 동행 : 홍성토요산악회 0, 레일바이크, 삼악산케이블카, 소양강처녀 알현, 1, 시원한 강바람 맞으며 달리는 레일바이크 입니다 김유정작가의 소설에 나오는 점순이가 살고 있는 김유정 역에서 출발 합니다 열차타고,,,, 종점으로 셔틀버스로 원점(김유정역) 회귀입니다 2, 삼악산 케이불카 입니다 3, 왔으니까 닭갈비 입니다 4, 소양강처녀 알현 입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 이외수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 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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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어느 날 / 김인숙삶 2023. 8. 6. 11:24
늦여름 어느 날 / 김인숙 순수의 빛이 그리워 문득 바라본 도시의 하늘에 별이 뜬다 풀 내음 모락모락 익어가는 들녘 찌르르 쌔르르 풀벌레 소리 새벽 창가에서 가을을 부르고 마음엔 두둥실두둥실 별이 뜬다 하늘 닮은 맑고 푸른 바람이 선들선들 불어온다 내일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길이 보이고, 내일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핑게만 생긴답니다 조생종 벼가 벌써 누렇게 익어갑니다 가끔 불어오는 찬바람이 콧등을 스치면 가을이 가까이 온 것을 느낍니다 행복한 가을 준비하시는 시간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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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삶 2023. 8. 4. 18:52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 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꽃잎에는 잎사귀가 필요합니다 편안한 호흡으로 내려앉은 능서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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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 / 구상삶 2023. 7. 28. 06:57
꽃자리 /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오직 행동만이 오늘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가뭄에도, 장맛비에도 살아남은 메밀꽃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