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 144

그 산에 다시 갈 수 있을까? / 김재진

그 산에 다시 갈 수 있을까? / 김재진 사랑하지 않기 위해 사랑을 감추고 마음 아프지 않기 위해 마음을 감추고 더 이상 감출 것 없는 생의 끝에서 끊어진 울음 따라 마음 누르는 네가 숨 가쁜 탄식이라면 오래된 탄식이 만날 침묵이라면 내가 바친 기도는 메마른 숲. 아무것도 더 해볼 수 없어 울음 누를 때 늦도록 꽃 못 피운 산이라네 힘들고, 지치며 찿는 곳,,,,! 아무도 없는 내 깊은 곳에서 울림이 있는 곳,,,! 자유가 있는 곳, 아침부터 힌 눈송이가 내리는 날, 허공 속으로 나를 연결하여 봅니다

2018.12.16

너에게 / 정호승

너에게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사랑했던 사람에게도,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참 감사합드립니다

2018.10.26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하늘이 다 저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찿았던건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찿았던 건가??? 알아가는 나이가 되어간다

2018.07.20

사랑한다. / 정호승

사랑한다. / 정호승 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 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 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 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 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 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 비가 그친 뒤 강둑 위에서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강물을 내려다본다 젊은 송장 하나가 떠내려오다가 사랑한다 내 글씨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한다 오늘은 초복, 그리고 막내의 생일,,,! 퇴근 길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어머니, 동생을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전화왔더라,,, 낳아주셔서,,, 사랑한다고,,, 내가 그랬다 난 하늘만큼 땅 만만큼 사랑한다고 큰애야,,,! 고맙고 감사하구나 그리고 너무 사랑한다,,,! 순간 내 가슴속에 뜨거운 것이 올라왔지요 울컥, 사랑합니다 어머니,,,! 그냥 ..

2018.07.17

너에게 쓴다 / 천양희

너에게 쓴다 /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진 자리에 잎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매 순간이 사랑이었던 날, 지친 날에도 어떤 위로가 필요했던 날에도, 이 순간에도,,, 사랑은 우리의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이유이고, 원동력 입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사랑합니다

2018.05.07

너는 꽃처럼 피어나면 돼

너는 꽃처럼 피어나기만 하면 돼 / 하태완 네가 가는 길은 모두 봄이고 네가 보는 것은 모두 따뜻하고 네가 하는 것은 모두 밝을 테니 너는 그속에서 꽃처럼 피어나기만 하면 돼 집 주변에 수십년이 넘은 목련고목이 있다 올해에도 꽃을 피웠다 바라보다가 비를 맞고, 바람에 흔들리고, 낙화 직전에야 가까이 본다 사랑이 깊어지는 계절, 봄이다 기다리다보면 지나가버린다 사랑도, 봄도, 젊음도,,, 사랑도 나태해지면 안된다,,,!

2018.04.11

사모 / 조지훈

사모 /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춘설이 내리는 날, 기다림을 배웁니다,,,,!

2018.03.21

섬 / 황경신

섬 / 황경신 나는 그대를 위하여 섬이 되었으니 그대가 부르지 못한 노래들과 그대가 이르지 못한 길들이 다 여기 있으니 이른 아침의 반짝이는 물결과 늦은 저녁의 차오르는 달빛이 다 이곳에 있으니 언제까지나 기다리는 마음도 날이 갈수록 푸르러지는 기억도 다 내안에 있으니 오는 길 가는 길 마음에 벅차 걸음을 멈추거나 돌리거나 재촉하여도 나는 그대를 위한 하나의 섬이니 아무 데도 닿지 않고 이렇게 흔들리고 있으니 봄 비 내리는 아침, 따스한 마음을 담아 바라봅니다

2018.03.08

늦게 온 소포 / 고두현

늦게 온 소포 / 고두현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울타리 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슬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속엣것보다 포장 더 무겁게 담아 보낸 소포 끈 찬찬히 풀다 보면 낯선 서울살이 찌든 생활의 겉꺼풀들도 하나씩 벗겨지고 오래된 장갑 버선 한 짝 해진 내의까지 감기고 얽힌 무명실 줄 따라 펼쳐지더니 드디어 한지더미 속에서 놀란 듯 얼굴 내미는 남해산 유자 아홉 개. 「큰 집 뒤따메 올 유자가 잘 댔다고 몃 개 따서 너어 보내니 춥울 때 다려 먹거라. 고생 만앗지야 봄 볕치 풀리믄 또 조흔 일도 안 잇것나. 사람이 다 지 ..

2018.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