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 144

사랑굿 1 / 김초혜

사랑굿 1 / 김초혜 그대 내게 오지 않음은 만남이 싫어 아니라 떠남을 두려워함인 것을 압니다 나의 눈물이 당신인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 감추어 두는 숨은 뜻은 버릴래야 버릴 수 없고 얻을래야 얻을 수 없는 화염 때문임을 압니다 곁에 있는 아픔도 아픔이지만 보내는 아픔이 더 크기에 그립고 사는 사랑의 혹법(酷法)을 압니다 두 마음이 맞비치어 모든 것 되어도 갖고 싶어 갖지 않는 사랑의 보(褓)를 묶을 줄 압니다. 아무것도 아닌 작은 눈이 내려서 풍경을 만들고,,,! 바람은 그림을 그리고, 지나는 이들에게 잠시, 머무름을 준다.

2018.02.22

다시 태어나도 그대를 사랑하리/ J. 포스터

다시 태어나도 그대를 사랑하리/ J. 포스터 다시 태어나도 그대를 사랑하고 싶은 것은 한 번이라도 나를 위해 울어준 사람이 바로 그대였기 때문입니다. 그대는 한 번도 그대 자신을 위해 울어본 적이 없는 그렇게도 강인한 사람이었지만 이렇게 연약한 나를 위하여 눈물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그대를 사랑하고 싶은 것은 이제 내가 그대를 위해 울어줄 차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힘들다고 한다 지나고 나면 또 지나간다 이런 국면을 탈출하려고 떠나지만 한아름 안고 온다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집착, 아집, 욕심,,, 내일은 깃털처럼 가볍고싶다

2018.02.13

조그만 사랑 노래 / 황동규

조그만 사랑 노래 /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 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오늘도, 행복한 발자국을 남기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2018.02.10

사랑은 불이 아님을 / 문정희

사랑은 불이 아님을 / 문정희 사랑은 불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잎새에 머무는 계절처럼 잠시 일렁이면 나무는 자라고 나무는 옷을 벗는 사랑은 그런 수긍같은 것임을 그러나 불도아닌 사랑이 화상을 남기었다 날 저물고 비 내리지 않아도 저 혼자 흘러가는 외롭고 깊은 강물 하나를. 눈송이가 마음처럼 흩어지던 날, 사람에 대한 사랑, 믿음을 생각합니다 그래도 놓지말고,,, 사랑하라고,,, 살아가는 동안의 소망인가?

2018.02.09

겨울 숲에서 / 안도현

겨울 숲에서 / 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

2018.02.05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용혜원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용혜원 그대를 만나던 날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착한 눈빛 , 해맑은 웃음 한마디 , 한마디의 말에도 따뜻한 배려가 담겨 있어 잠시 동안 함께 있었는데 오래 사귄 친구처럼 마음이 편안 했습니다 내가 하는 말들을 웃는 얼굴로 잘 들어주고 어떤 격식이나 체면 차림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하고 담백함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대가 내마음을 읽어주는 것 같아 둥지를 잃은 새가 새 보금자리를 찾는 것만 같았습니다 짧은 만남이지만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에게 장미꽃 한 다발을 받은 것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그대는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은 사람 입니다. 우리 삶에 특별한 것이 무엇일까? 그런 삶이 있기는 있는걸까? 동경하지..

2018.01.28

낙화, 첫사랑 / 김선우

낙화, 첫사랑 / 김선우 1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니다 2 아주 조금만 먼저 바닥에 닿겠습니다 가장 낮게 엎드린 처마를 끌고 추락하는 그대의 속도를 앞지르겠습니다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그대보다 먼저 바닥에 닿아 강보에 아기를 받듯 온몸으로 나를 받겠습니다 함께 떠난 여행에서, 내가 여기에 있음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많은 생각이 있지만, 사랑으로만 기억하고자 합니다 저의 삶에 시간 내주셔서, 마주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01.16

하늘에 쓰네 / 고정희

하늘에 쓰네 / 고정희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하늘에 쓰네 내 먼저 그대를 사랑함은 더 나중의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내 나중까지 그대를 사랑함은 그대보다 더 먼저 즐거움의 싹을 땄기 때문이리니 가슴속 천봉에 눈물 젖는 사람이여 억조창생 물굽이에 달뜨는 사람이여 끝남이 없으니 시작도 없는 곳 시작이 없으니 멈춤 또한 없는곳, 수련꽃만 희게 희게 흔들리는 연못가에 오늘은 봉래산 학수레 날아와 하늘 난간에 적상포 걸어놓고 달나라 광한전 죽지사 열두 대의 비파에 실으니 천산의 매화향이 이와 같으랴 수묵색 그리움 만리를 적시도다 만리에 서린 사랑 오악을 감싸도다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동트는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2017.07.10

나에게 사랑이란 / 정일근

나에게 사랑이란 마음속에 누군가를 담고 살아가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사랑하기에 젊은날엔 그대로 하여 마음 아픈것도 사랑의 아픔으로만 알았습니다 이제 그대를 내마음 속에서 떠나보냅니다. 멀리 흘러가는 강물에, 아득히 부는 바람에 잘가라 사랑아, 내마음 속의 그대를 놓아보냅니다. 불혹, 무음에 빈자리 하나 만들어 놓고서야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사랑이란 누군가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놓고 기다리는 일이어서 그 빈자리로 찾아올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어서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나도 알게 되었나 봅니다 누군가에 대한 기다림, 그을 위한 바램이 있었습니다 이제 생의 한가운데에 서서 빛 너머의 빛을 보듯이 삶을 추정해본다

2017.06.16

봄날의 한라산 눈꽃을 즐기며(2)

생명은 / 요시노 히로시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듯하다. 꽃도 암술과 수술이 갖추어져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곤충이나 바람이 찾이와 암술과 수술을 중매한다. 생명은 그 안에 결핍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다른 존재로부터 채워 받는다. 세계는 아마도 다른 존재들과의 연결 그러나 서로가 결핍을 채운다고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지지도 읺고 그냥 흩어져 있는 것들끼리 무관심하게 있을 수 있는 관계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도 허용되는 사이 그렇듯 세계가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왜일까. 꽃이 피어 있다. 바로 가까이까지 곤충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가 빛을 두르고 날아와 있다. 나도 어느 때 누군가를 위한 곤충이었겠지. 당신도 어느 때 나를 위한 바람이었겠지. 2016년 한..

2017.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