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 144

사랑의 노래 / 박재삼

사랑의 노래 / 박재삼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한 사람을 찾는 그 일보다 크고 소중한 일이 있을까 보냐 그것은 하도 아물아물해서 아지랭이 너머에 있고 산 너머 구름 너머에 있어 늘 애태우고 안타까운 마음으로만 찾아 헤매는 것뿐 그러다가 불시에 소낙비와 같이 또는 번개와 같이 닥치는 것이어서 주체할 수 없고 언제나 놓치고 말아 아득하게 아득하게 느끼노니 마지막 편지/ 박정만 그대에게 주노라, 쓸쓸하고 못내 외로운 이 편지를 몇 글자 적노니 서럽다는 말은 말기를. 그러나 이 슬픔 또한 없기를. 사람이 살아 있을 때 그 사람 볼 일이요, 그 사람 없을 때 또한 잊을 일이다. 언제 우리가 사랑했던가, 그 사랑 저물면 날 기우는 줄 알 일이요, 날 기울면 사랑도 끝날 일이다. 하루 일 다 끝날 때 끝남이로다. 순간..

2016.01.06

사랑의 말 / 김남조

사랑의 말 / 김남조 1 사랑은 말하지 않는 말, 아침해 단잠을 깨우듯 눈부셔 못견딘 사랑 하나 입술 없는 영혼 안에 집을 지어 대문 중문 다 지나는 맨 뒷방 병풍 너머 숨어 사네 옛 동양의 조각달과 금빛 수실 두르는 별들처럼 생각만이 깊고 말하지 않는 말, 사랑 하나 2 사랑을 말한 탓에 천지간 불붙어버리고 그 벌이 시키는 대로 세상 양 끝에 나뉘었었네 한평생 다 저물어 하직삼아 만났더니 아아 천만 번 쏟아붓고도 진홍인 노을 사랑은 말해버린 잘못조차 아름답구나

2015.09.22

이제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 류근​

이제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 류근​ ​​ 이제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 때문에 서로를 외롭게 하지 않는 일 사랑 때문에 서로를 기다리게 하지 않는 일 이제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 때문에 오히려 슬픔을 슬픔답게 껴안을수 있는 일 아픔을 아픔답게 앓아낼 수 있는 일 먼 길의 별이여 우리 너무 오래 떠덜았다 우리 한 번 눈맞춘 그 순간에 지상릐 모든 봄이 꽃피었느니 이제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푸른 종 흔들어 헹구는 저녁답 안개마저 물빛처럼 씻어 헤맑게 갈무리 할 줄 아는 일 사랑 때문에 사랑 아닌 것마저 부드럽게 감싸 안을 줄 아는 일 이제 우리가 진실로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2015.09.19

그리움!!

그리움 1 / 유치환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어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찿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긴 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그리움 / 정운(丁芸) 이영도 생각을 멀리하면 잊을 수도 있다는데 고된 살음에 잊었는가 하다가도 가다가 월컥 한 가슴 밀고 드는 그리움.

2015.08.12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 가겠다 비가 내립니다 시인은, 슬픔을 모르는 이에게 슬픔을 선물해서 아품을 알고, 사랑하도록 하고 싶었을까? ..

2015.07.19

사랑, 당신을 위한 기도 - 안도현

사랑, 당신을 위한 기도 - 안도현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죄짓는 일이 되지 않도록 나로 인해 그 이가 눈물 짓지 않도록 상처 받지 않도록 사랑으로 하여 못견딜 그리움에 스스로 가슴 쥐어 뜯지 않도록 사랑으로 하여 내가 죽는 날에도 그 이름 진정 사랑했었노라 그 말만은 하지 말도록 묵묵한 가슴 속에 영원이도록 그리하여 내 무덤가에는 소금처럼 하얀 그리움만 남도록 행복한 월요일 되세요

2015.07.13

당신을 향해 피는 꽃 / 박남준

사랑은 조건이 있다 『 무조건 』 당신을 향해 피는 꽃 / 박남준 능소화를 볼 때마다 생각난다 다시 나는 능소화, 하고 불러본다 두 눈에 가물거리며 어떤 여자가 불려나온다 누구였지 누구였더라 한번도 본적 없는 아니 늘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던 여자가 나타났다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어 나무에, 돌담에 몸 기대어 등을 내거는 꽃 능소화꽃을 보면 항상 떠올랐다 곱고 화사한 얼굴 어느 깊은 그늘에 처연한 숙명 같은 것이 그녀의 삶을 옥죄고 있을 것이란 생각 마음속에 일고는 했다 어린 날 내 기억 속에 능소화꽃은 언제나 높은 가죽나무에 올라가 있고는 했다 연분처럼 능소화꽃은 가죽나무와 잘 어울렸다 담이라면 그건 목을 빼고 기웃거리던 돌담이었다 내 그리움은 이렇게 외줄기 수직으로 곧게 선 나무여야 한다고 그러다가..

2015.07.08

사랑아, 너에게 묻는다 / 김민소

사랑아, 너에게 묻는다 / 김민소 덧없는 세월속에 나는 자꾸 야위워 가는데 너는 여전히 희망을 말하는구나 새벽 이슬로 단장을 하더니 금빛 햇살모아 식탁을 꾸미고 노을로 변한 편지를 부치고 있으니 사랑아, 너에게 묻는다 이별의 아품속에 나는 또 허물어 지는데 너는 언제나 해 맑은 모습이구나 지천에 흐트러진 꽃이 되었다가 깊은 산속의 샘물을 퍼 담더니 또 한권의 불후의 명작을 만들었으니 사랑아, 너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보이지 않아도 눈 부신 너처럼 부끄럽지 않은 삶을 엮어갈까.

2015.07.03

어머니의 못 / 정일근 외

어머니의 못 / 정일근 교회에 다니는 작은 이모는 예수가 사람의 죄를 대신해 못 박혀 죽었다는 그 대목에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흐느낀다 어머니에게 전도하러 왔다가 언니는 사람들을 위해 못 박혀 죽을 수 있나, 며 함께 교회에 나가 회개하자, 며 어머니의 못 박힌 손을 잡는다 어머니가 못 박혀 살고 있는지 작은 이모는 아직 모른다 시를 쓴다며 벌써 여러 해 직장도 없이 놀고 있는 나는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작은 못이며 툭하면 머리가 아파 자리에 눕는 나는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큰 못이다 그렇다, 어머니의 마음속에 나는 삐뚤어진 마루판 한 짝이어서 그 마루판 반듯하게 만들려고 삐걱 소리나지 않게 하려고 어머니는 스스로 못을 치셨다 그 못들 어머니에게 박혀 있으니 칠순 가까운 나이에도 식당일 하시는 어머니의..

201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