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말 / 김남조

농돌이 2015. 9. 22. 06:57

사랑의 말 / 김남조

1
사랑은
말하지 않는 말,
아침해 단잠을 깨우듯 
눈부셔 못견딘 
사랑 하나 
입술 없는 영혼 안에
집을 지어 
대문 중문 다 지나는 
맨 뒷방 병풍 너머  숨어 사네   

옛 동양의 조각달과 
금빛 수실 두르는 별들처럼 
생각만이 깊고 
말하지 않는 말,
사랑 하나

2
사랑을 말한 탓에 
천지간 불붙어버리고 
그 벌이 시키는 대로 
세상 양 끝에 나뉘었었네 

한평생 다 저물어 
하직삼아 만났더니 
아아 천만 번 쏟아붓고도 
진홍인 노을   

사랑은  
말해버린 잘못조차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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