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의 못 / 정일근 외삶 2015. 6. 30. 09:16
어머니의 못 / 정일근
교회에 다니는 작은 이모는
예수가 사람의 죄를 대신해
못 박혀 죽었다는 그 대목에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흐느낀다
어머니에게 전도하러 왔다가
언니는 사람들을 위해
못 박혀 죽을 수 있나, 며
함께 교회에 나가 회개하자, 며
어머니의 못 박힌 손을 잡는다
어머니가 못 박혀 살고 있는지
작은 이모는 아직 모른다
시를 쓴다며 벌써 여러 해
직장도 없이 놀고 있는 나는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작은 못이며
툭하면 머리가 아파 자리에 눕는 나는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큰 못이다
그렇다, 어머니의 마음속에
나는 삐뚤어진 마루판 한 짝이어서
그 마루판 반듯하게 만들려고
삐걱 소리나지 않게 하려고
어머니는 스스로 못을 치셨다
그 못들 어머니에게 박혀 있으니
칠순 가까운 나이에도 식당일 하시는
어머니의 손에도 그 못 박혀 있고
시장 바닥으로 하루 종일 종종걸음치는
어머니의 발바닥에도 그 못 박혀 있다
못 박혀 골고다 언덕 오르는 예수처럼
어머니 못 박혀 살고 있다
평생을 자식이라는 못에 박혀
우리 어머니 피 흘리며 살고 있다비가 온다 / 김민호
비가 온다
이쯤에서 너도 왔으면 좋겄다
보고 싶다비 / 윤 보영
내리는 비에는
옷이 젖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에는
마음이 젖는군요
벗을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뼈아픈 후회 /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돌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이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 뿐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신상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을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 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6월 마무리 잘 하시고, 힘차게 7월에 뵙겠습니다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을 시작합니다 (0) 2015.07.01 7월의 시 / 이해인 (1) 2015.06.30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 (2) 2015.06.29 푸른 하늘 / 김용택 (2) 2015.06.29 풀 / 김수영 (0) 201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