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을 시작합니다

농돌이 2015. 7. 1. 08:57

7월 / 이외수

그대는
오늘도 부재중인가
정오의 햇빛 속에서
공허한 전화벨 소리처럼
매미들이 울고 있다
나는
세상을 등지고
원고지 속으로
망명한다
텅 빈 백색의 거리
모든 문들이
닫혀 있다
인생이 깊어지면
어쩔 수 없이
그리움도 깊어진다
나는
인간이라는 단어를
방마다 입주시키고
빈혈을 앓으며 쓰러진다
끊임없이 목이 마르다

 

7월 / 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 선 반환점에

무리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사랑은 큰일이 아닐 겁니다 / 박철

 

사랑은 큰일이 아닐겁니다

사랑은 작은 일입니다

7월의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한낮의 더위를 피해 바람을 불어주는 일

자동차 클랙슨 소리에 잠을 깬 이에게

맑은 물 한 잔 건네는 일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손등을 한 번 만져보는 일

 

여름이 되어도 우리는

지난 봄 여름 가을 겨울

작은 일에 가슴 조여 기뻐했듯이

작은 사랑을 나눕니다

큰 사랑은 모릅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이라는

지구에서 큰 사랑은

필요치 않습니다

해 지는 저녁 들판을 걸으며

어깨에 어깨를 걸어보면

그게 저 바다에 흘러넘치는

수평선이 됩니다

 

7월의 이 여름날

우리들의 사랑은

그렇게 작고, 끝없는

잊혀지지 않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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