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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 / 김수영
    2015. 6. 28. 05:21

    풀 /  김수영

       

    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1968. 5. 29>

     

     

    (안면도 밧개 해수욕장)

     

    <참고 1> 황동규, 시의 소리

    여기서 우리가 풀을 민중의 상징이고 바람, 특히 비를 몰아오는 동풍은 외세의 상징이라는 식의 의미를 부여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의미를 붙이게 되면 비를 몰아오는 바람을 풀이 싫어할 리가 없다는 생물 생태학적인 반론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바람보다 동작을 빨리’, ‘먼저한다고 해서 민중에게 어떤 찬사를 주는 것이 되지도 못할 것이다.

     

    <참고 2> 최하림, 문법주의자들의 성채

    풀잎이란 한국 현대 시문학사에시 다양한 방법과 탐구를 통하여 획득한 이미지의 하나로서, 그것은 우리들의 삶 자체와 항상 연관을 가진다. 김수영은 그것을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바람보다 먼지 눕고 먼저 일어나는, 그 자신의 본질 속에 운동성을 내포한 존재로서 파악하였고, 황동규는 뿌리 뽑혀진 존재로서 인식하였으며, 오규원은 말을 만드는 것으로서, 이성부와 이시영은 저항하는 민중상으로 이해하였으며, 정현종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둠 속에 자신을 열어놓고 흔들리고 있는 풀잎의 부드러운 힘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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