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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
    2015. 6. 29. 18:16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해탈의 경지를 알고 싶으면 물풀을 보라

    물풀은 화사한 꽃으로 물벌레들을 유인하지 않고,달콤한 열매로 물벌레들을 유인하지도 않는다

    봄이면 연둣빛 싹으로 돋아나서

    여름이면 암록빛 수풀로 무성해지고,

    가을이면 다갈색 아품으로 흔들리다

    겨울이면 조용히 스러지는 목숨,

     

    그러나 물풀은 단지 물살에 자신의 전부를 내맡긴 채 살아가는 방법 하나로

    일체의 갈등과 욕망에서 자유로워진 생명체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의지대로 흔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물살과 합일된 상태로만 흔들린다

     

    - 이외수님 외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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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