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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게 온 소포 / 고두현
    2018. 2. 24. 08:00

    늦게 온 소포 / 고두현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울타리 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슬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속엣것보다 포장 더 무겁게 담아 보낸
    소포 끈 찬찬히 풀다 보면 낯선 서울살이
    찌든 생활의 겉꺼풀들도 하나씩 벗겨지고
    오래된 장갑 버선 한 짝
    해진 내의까지 감기고 얽힌 무명실 줄 따라
    펼쳐지더니 드디어 한지더미 속에서 놀란 듯
    얼굴 내미는 남해산 유자 아홉 개.
    「큰 집 뒤따메 올 유자가 잘 댔다고 몃 개 따서
    너어 보내니 춥울 때 다려 먹거라. 고생 만앗지야
    봄 볕치 풀리믄 또 조흔 일도 안 잇것나. 사람이
    다 지 아래를 보고 사는 거라 어렵더라도 참고
    반다시 몸만 성키 추스르라」
    헤쳐놓았던 몇 겹의 종이
    다시 접었다 펼쳤다 밤새
    남향의 문 닫지 못하고
    무연히 콧등 시큰거려 내다본 밖으로
    새벽 눈발이 하얗게 손 흔들며
    글썽글썽 녹고 있다.

     

    나도 누구에게 위안이 되기를

    나에게 다른이도 위안이 되기를

    스치는 바람에도

    작은 온기를 느낍니다

     

    모든 것이 지나가지만

    언젠가는

    만날 수도 있으리라

     

    이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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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