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4114

그도 세상 / 박경례​

그도 세상 / 박경례 ​ 그도 세상 누구나 가 본 곳 누군가 살아 있는 곳 여행의 시간 내 마지막 연필 그도 세상 꽁무니에 꽃이 달렸다 바닥으로 내리는 꽃의 아픔 너는 보지 않았으므로 내 마음이 아프다 너는 보았으므로 우는 눈동자를 닮은 너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울고 살면서 따라 울고 혼자서 울고 울다가는 세상 그도 세상 박경리 혼자 서 있는 들풀, 들꽃처럼 흘러 갑니다 이른 새벽, 산으로 길을 떠납니다

2023.05.13

꽃이 지던 날 / 박인걸

꽃이 지던 날 / 박인걸 꽃이 져도 날은 맑네. 하도 많이 지니 이찌하랴. 바람이 없어도 꽃은 지네, 때가되면 뭔들 안질까 지는 꽃을 붙잡을 수 없네. 붙든다고 그 자리에 머물까 지는 꽃은 져야 하고 피는 꽃은 피어야 하네. 꽃 진다고 새는 안 울고 떨어진다고 비도 안 오네 피었다가 지는 꽃은 질줄 알고 피었다하네. 해도 지고 달도 지고 활짝 피었던 사람도 지네. 어제는 고왔는데 오늘은 지네. 아무 말 없이 떨어지네. 쓸쓸히 지니 가엽지만 피는 꽃이 있어 위로가 되네. 그럴지라도 지는 꽃에 서러운 마음 감출 수 없네. 텅빈 의자에 앉아 긷어버린 커피를 마십니다 늘 마음 속에는 작정한 날이 있으나, 현실의 삶은 구속이 있습니다 환하게 웃어주는 철쭉을 바라보며 그저 행복한 웃음을 보냅니다 내년에는 더 밝고,..

2023.05.11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 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시인 - 조금은 철 지난 황매산은 한산합니다 1년을 기다렸던 철쭉들을 찿아서, 교감 나누고 갑니다 ---- 누구에게나 아품은 있지만 전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제가 부모가 되고, 아이를 키워보니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꿈에라도 뵙고 싶습니다

2023.05.09

간월암 연등

연등 / 문성해 이 나이 되도록 나는 한 번도 연등을 달아본 적이 없네 연등을 다는 자의 간절한 마음이 되어본 적이 없네 연등을 다는 일은 나를 작게 둥글려 연등 속에 넣고 바람과 빗속에 흔들리는 일 방에 돌아와 누워도 흔들리는 연등을 생각하는 일 어떤 자는 제 몸을 활활 불사르고 어떤 자는 일찍이 심지를 끄고 어떤 자는 바람에 균형을 잡고 나는 그중 가장 나중의 자가 되고 싶어 꺼질 듯 꺼지지 않는 연등의 시절이 오면 나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사립문짝에 발그레 뺨 붉힌 그것을 매달고 싶어 등불 위로 뜨거움을 참고 내려앉는 어둠을 내가 나를 보듯 들여다보고 싶어 연등을 켜고 끌 때 내 얼굴을 웃음을 숨소리를 생각하고 싶어

2023.05.06

햇빛은 보리밭에 / 나태주

햇빛은 보리밭에 / 나태주 햇빛은 보리밭에 내려 초록의 햇빛이 되고 목련꽃 위에선 순백의 햇빛이 되고 개나리 위에 내려선 샛노란 햇빛이 된다 내 마음에 내린 햇빛은 무슨 빛깔일까? 밤에 빗소리 성기니 좋습니다 함께 살아갈 수 있으니 행복입니다 제 맘이 요상하여, 가끔은 아품도 드리지만 같이 함께 풋풋한 보리밭에 서면 행복합니다 사랑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2023.05.04

5월의 시 / 이해인

5월의 시 /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축복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의 가슴속에 퍼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기도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이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이 축복을 쏟아내는 오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가 되게 하십시오 행복한 5월 여십시요

2023.05.01

철쭉의 성지, 보성 일림산 산행 후기

늙으신 어머니 한 말씀 / 김시천 저녁 잡수시고 텔레비전 드라마 그윽이 보신 뒤에 늙으신 어머니 한 말씀하신다 사랑 좋아하네, 요란 떨 거 없다 개도 저 귀여워하는 줄 아는 법이다 0, 산행일시 :2023.04.29 0, 개화 상태 : 만개 0, 산행경로 : 용추계곡 주차장 원점회귀 아름다운 편백나무숲을 감상하며, 즐겨보는 곳,,,! 일림산 정상으로 오릅니다 멋진 철쭉 한그루! 곳곳에 만들어진 쉼터! 광대한 군락에 다왔습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철쭉 터널이 이어집니다 지나온 능선! 산행을 하다보면, 스치는 순간이 기억이 남습니다 마음속에 짜릿하게 다가오는 감동,,,, 거친 호흡을 뒤로하고, 마주친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침묵처럼 정적이지만 오래 기억되리라 감사합니다

2023.05.01

먼 산 진달래 / 김시천

먼 산 진달래 / 김시천 속 깊은 그리움일수록 간절합니다 봄날 먼 산 진달래 보고 와서는 먼 데 있어 자주 만날 수 없는 벗들을 생각합니다 그들이 내게 와서 봄꽃이 되는 것처럼 나도 그들에게 작은 그리움으로 흘러가 봄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끼리 함께 어울려 그만그만한 그리움으로 꽃동산 이루면 참 좋겠습니다 저에게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약간의 경험과 지식으로 살아가는 방편외에는 딱히 잘 하는 것이 없다는 결론 입니다 그렇다면 다 타인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것 입니다 왜 감사함이 모자라는 것인가? 뜨거운 마음으로, 아낌없는 마음으로, 더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데,,,, 모자람도 턱없이 모자라다 짧은 삶이고, 한번 뿐인 인생 길에서 가슴 속 뜨거운 감동은 못주더..

2023.04.30

하늘 맑은 날 / 김시천

하늘 맑은 날 / 김시천 잎이 진다고 서러울 것 없다 ​ 떠난다고 상심하여 눈물 흘릴 것 없다 ​ 나뭇잎처럼 떨어져 누우니 세상 참 편안쿠나 ​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나도 이젠 근심 없다 ​ 두어라 그냥 이대로 있을란다 몇 년 만에 오른, 일림산 철쭉이 한창입니다 흠벅 흘린 땀에서 삶의 진한 느낌을 얻습니다 일림산 철쭉평원은, 시간마저도,,,, 봄이란 정원에 갇혀버린 듯 합니다 지나고 나면 힘들던 아픔과 갈등도,,,, 스쳐가는 작은 일일뿐이란 것을 배웁니다 천상의 화원에서 잘 놀았습니다

2023.04.29

봄꽃을 보니 / 김시천

봄꽃을 보니 / 김시천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습니다 ​ 이 봄엔 나도 내 마음 무거운 빗장을 풀고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은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 그렇게 평생을 피었다 지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가 부정하고 싶은 것 중 하나, 죽음이라는 종착역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것 입니다 고창읍성 대나무밭에 앉아 댓바람에 머리를 씻어 봅니다 서로 사랑할 시간이 많이 적습니다 우리, 서로 사랑하는 하루 여십ㅅ시요

2023.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