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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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 암릉 진달래산 2014. 4. 13. 11:00
그대를 사랑하는 - 서정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빛나는 눈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따스한 가슴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지와 잎, 뿌리까지 모여서 살아있는 '나무'라는 말이 생깁니다 그대 뒤에 서 있는 우울한 그림자, 쓸쓸한 고통까지 모두 보았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대는 나에게 전부로 와 닿았습니다 나는 그대의 아름다움만을 사랑하진 않습니다 그대가 완벽하게 베풀기만 했다면 나는 그대를 좋은 친구로 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대는 나에게 즐겨 할 수 있는 부분을 남겨 두었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무엇이 될 수 있겠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다리 부상으로 3주만에 용봉산에 올랐습니다 진달래가 다 져가는데, 철쭉도 피는데,,,, 궁금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매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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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산 2014. 4. 8. 21:49
저문 산에 꽃燈 하나 내걸다 - 손세실리아 산을 내려오다 그만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늙은 나무의 흰 뼈와 바람에 쪼여 깡치만 남은 샛길이 세상으로 난 출구를 닫아걸고 있습니다 아직은 사위가 침침하지만 곧 사방 칠흑 같은 어둠이 밀려들겠지요 그렇다고 산에 갇힐까 염려는 마세요 설마 그러기야 할라구요 또 그런들 어쩌겠어요 혹시 보이시는지 점자를 더듬는 소경처럼 빛이 아물어야만 판독 가능한 저 내밀한 것들의 아우성 말입니다 밤하늘을 저공 비행하는 반딧불이의 뜨거운 몸통과 흐르지 못하고 서성이는 시린 산그늘, 팥배나무 잎맥에 파인 바람의 지문과 억겁을 휘돌아 식물의 육신을 빌려 짓무른 환부를 째고 해산한 꽃잎 끈 눈물 같은 사리 한알 내 안의 오래된 상처도 푸르고 곱게 부식되어 다음 생엔 부디 이마 말간 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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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기쁨에게-정호승산 2014. 4. 8. 07:22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 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슬품과 기쁨을 의인화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