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769

여름 화엄사 여행

무량 / 전영관 봄비 속살거리고 안개까지 자욱해 아슴아슴 젖어드는데 화엄사 가자하네 기가 센 곳이라 일주문부터 쭈뼛했었지 만발하는 흑매가 보통 귀신은 아니다 싶어 벽사 삼아 마들가리를 주워왔었지 입에만 담아도 무거운 화엄보다 요사채 툇마루에 앉아 당신에게 간질밥 먹여도 될 것 같은 부여 무량사를 고집부리네 사미*처럼 파르래한 눈웃음도 무례는 아니고 석탑을 데우는 볕처럼 무량하고 사무치는 봄날이라 전생부터 이생의 우환들을 널어놓고 싶네 극락전 처마선이 당신 플레어스커트만큼 황홀하다고 너스레 떨어놓고는 딴청부리겠네 배롱나무 아래 골똘한 당신은 뒤꿈치에 자운영 보랏빛을 묻혀오겠지 쿡, 쿡 옆구리 찌르며 천치처럼 웃으려고 내 팔꿈치에 복사꽃 연분홍을 바르고 싶네 꿀 발라 경단을 빚듯 벌들이 잉잉거려서 물색없이 ..

2022.08.27

흔들려도 괞찮아 / 유지나

흔들려도 괞찮아 / 유지나 삶이 힘들어지면 조금 흔들려도 괞찮습니다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잠시 흔들려도 괞찮습니다 괴로운 현실과 만나면 그냥 흔들려도 괞찮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자라는 나무가 어디 있나요 거센 바람이 불어오면 기꺼이 흔들어주되 뿌리만 잘 버티고 계세요 모든 것은 지나가고 삶은 한뼘 더 자라나 있을 테니까요 오늘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하루 되세요

2022.08.18

당신의 / 유지나

당신의 / 유지나 당신의 머리에서 완벽이란 단어를 지우면 삶이 여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당신의 입에서 불평이란 언어를 꺼내면 인생이 감사함으로 바뀌게 됩니다 당신의 마음에서 욕심이란 가시를 빼내면 삶이 즐거움으로 가득하게 됩니다 당신의 삶에서 걱정이란 뿌리를 뽑으면 인생이 행복해질 수 있게 됩니다 고요하고, 편안한 아침입니다 열대야에 밤이 길어진 느낌이지만, 선선함에 마음을 달래봅니다 아침 일찍 어머니의 전화? 너 어디 이프냐고???? 꿈에 보여서 잠을 못잤다고,,, 참 진한 아침이기도 합니다 지나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2022.08.06

먼 길/문정희

먼 길 / 문정희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처음 걷기를 배운 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 새들은 얼마나 가벼운 신을 신었을까 바람이나 강물은 또 무슨 신을 신었을까 아직도 나무뿌리처럼 지혜롭고 든든하지 못한 나의 발이 살고 있는 신 이제 벗어도 될까, 강가에 앉아 저 물살 같은 자유를 배울 수는 없을까 생각해보지만 삶이란 비상을 거부한 가파른 계단 나 오늘 이 먼곳에 와 비로소 '두려운 이름 신이여!'를 발음해본다 이리도 간절히 지상을 걷고 싶은 나의 신 속에 신이 살고 있다 여름 무더위와 습도는 산행에 인내를 줍니다 산꿩다리가 핀 천불동 계곡에서 놀았습니다 누군..

2022.07.10

태안 캄파밀레에서 수국과 함께 즐겨봅니다

꽃이 있는 세상 / 이향아 지상에서 빛나는 이름 하나 누가 물으면 꽃이여, 내 숨결 모두어 낸 한 마디 말로 그것은 '꽃입니다' 고백하겠다 너와 사는 세상이 가슴 벅차다 바람 몹시 불어서 그 사람이 울던 날도 골목마다 집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세상이 이별로 얼어붙던 날도 낮은 언덕 양지쪽 등불을 밝혀 약속한 그 날짜에 피어나던 너 꽃이 있는 세상이 가슴 벅차다 간직했던 내 사랑을 모두 바쳐서 열 손가락 끝마다 불을 켜 달고 나도 어느 날에 꽃이 피련다 무릎 꿇어 핀다면 할미꽃으로 목숨 바쳐 핀다면 동백꽃으로 0, 이용시간- 동절기(12월~2월)오전9시-오후5시, 성수기(3월~11월)오전9시-오후6시 0, 요금 :성수기 성인(중학생이상)8천원, 어린이(8세-13세)5천원,유아(만3-7세)4천원, 동절기 성..

2022.07.04

마음을 낮추어야 한다 / 유지나

마음을 낮추어야 한다 / 유지나 예쁜 꽃은 키가 작다. 그래서 꽃을 보려면 고운 향기를 맡으려면 내 몸을 낮추어야 한다. 세상에 고운 것은 낮은 곳에 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려면 삶의 고운 향기를 맡으려면 언제나 겸손히 마음을 낮추어야 한다. 모든 것이 잡초지만 꽃이 되었습니다 해맑은 모습을 보여주는 들꽃이 되었습니다 시인의 글처럼, 세상의 고운 것은 낮은 곳에 있다고,,,,!

2022.06.22

예산 추사고택을 걸으며

예산 출신. 본관은 경주. 자는 원춘(元春), 호는 추사(秋史)·완당(阮堂)·예당(禮堂)·시암(詩庵)·과노(果老)·농장인(農丈人)·천축고선생(天竺古先生) 등이다. 조선조의 훈척 가문(勳戚家門)의 하나인 경주 김문(慶州金門)에서 병조판서 김노경(金魯敬)과 기계 유씨(杞溪兪氏) 사이에서 맏아들로 태어나 큰아버지 김노영(金魯永) 앞으로 출계(出系: 양자로 들어가서 그 집의 대를 이음)하였다. 그의 가문은 안팎이 종척(宗戚: 왕의 종친과 외척을 아울러 이르던 말)으로 그가 문과에 급제하자 조정에서 축하를 할 정도로 권세가 있었다. 1819년(순조 19년) 문과에 급제하여 암행어사·예조 참의·설서·검교·대교·시강원 보덕을 지냈다. 1830년 생부 김노경이 윤상도(尹商度)의 옥사에 배후 조종 혐의로 고금도(古今島)..

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 안희연

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 안희연​ 날카로운 말은 아프지 않아 폭풍우 치는 밤은 무섭지 않아 아픈 것은 차라리 고요한 것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무는 너의 얼굴 ​ 너는 투명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의 땅은 그럴 때 흔들린다 네가 어떤 모양으로 이곳까지 흘러왔는지 모를 때 온 풍경이 너의 절망을 돕고 있을 때 ​ 창밖엔 때 아닌 비가 오고 너는 우산도 없이 문을 나선다 ​ 이제 나는 너의 뒷모습을 상상한다 몇 걸음 채 걷지 못하고 종이처럼 구겨졌을까 돌아보다 돌이 되었을까 ​ 나의 상상은 맥없이 시든다 언어만으로는 어떤 얼굴도 만질 수 없기 때문이다 ​ 그뿐이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오후 성벽 너머의 성벽들 빗방울이 머물 수 있는 공중은 없듯이 ​ 알고 보면 모두가 여행자 너도 나..

2022.06.18

바다에 가고 싶어라

파도 / 유승우​ 파도에게 물었습니다. 왜 잠도 안자고, 쉬지도 않고, 밤이나 낮이나 하얗게 일어서냐고.# ​ 일어서지 않으면 내 이름이 없습니다. 파도의 대답입니다. ​ 살아가는 모습은 바닷가 돌들만큼 다양합니다 먹고 살아가는 것, 숨 쉬는 것은 다르지만, 모양대로 흠이 있고, 아픔이 있으리라 가끔은 위로가 있는 곳, 파도가 부서지는 동해로 가고 싶다

2022.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