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 안희연 날카로운 말은 아프지 않아 폭풍우 치는 밤은 무섭지 않아 아픈 것은 차라리 고요한 것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무는 너의 얼굴 너는 투명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의 땅은 그럴 때 흔들린다 네가 어떤 모양으로 이곳까지 흘러왔는지 모를 때 온 풍경이 너의 절망을 돕고 있을 때 창밖엔 때 아닌 비가 오고 너는 우산도 없이 문을 나선다 이제 나는 너의 뒷모습을 상상한다 몇 걸음 채 걷지 못하고 종이처럼 구겨졌을까 돌아보다 돌이 되었을까 나의 상상은 맥없이 시든다 언어만으로는 어떤 얼굴도 만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뿐이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오후 성벽 너머의 성벽들 빗방울이 머물 수 있는 공중은 없듯이 알고 보면 모두가 여행자 너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