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 안희연

농돌이 2022. 6. 18. 05:43

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 안희연

날카로운 말은 아프지 않아

폭풍우 치는 밤은 무섭지 않아

아픈 것은 차라리 고요한 것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무는 너의 얼굴

너는 투명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의 땅은 그럴 때 흔들린다

네가 어떤 모양으로 이곳까지 흘러왔는지 모를 때

온 풍경이 너의 절망을 돕고 있을 때

창밖엔 때 아닌 비가 오고

너는 우산도 없이 문을 나선다

이제 나는 너의 뒷모습을 상상한다

몇 걸음 채 걷지 못하고 종이처럼 구겨졌을까

돌아보다 돌이 되었을까

나의 상상은 맥없이 시든다

언어만으로는 어떤 얼굴도 만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뿐이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오후

성벽 너머의 성벽들

빗방울이 머물 수 있는 공중은 없듯이

알고 보면 모두가 여행자

너도 나도 찰나의 힘으로 떠돌겠지

그러나 내일 나에게는 하나의 얼굴이 부족할 것이다

깊은 어둠에 잠겼던 손이 이전과 같을 리 없으므로

그 손이 끈질기게 진흙 덩어리를 빚을 것이므로

 

이른 새벽에 꾸역꾸역 짐을 챙깁니다. 

발바닥은 아프고, 쉬고자 하는 마음 붙잡음은 가득한데,,,,,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서 마시면서 일어섭니다

 

오늘도,

어둠에서 돌아와 반듯하게 지킨 아침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