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린다 / 진은영

농돌이 2022. 11. 14. 06:59

어울린다 / 진은영

 

너에게는 피에 젖은 오후가 어울린다

죽은 나무 트럼펫이

바람에 황금빛 소음을 불어댄다

너에게는 이런 희망이 어울린다

식초에 담가둔 흰 달걀들처럼 부서지는 희망이

너에게는 2월이 잘 어울린다

하루나 이틀쯤 모라자는 슬픔이

너에게는 토요일이 잘 어울린다

부서진 벤치에 앉아 누군가 내내 기다리던

너에게는 촛불 앞에서 흔들리는 흰 얼굴이 어울린다

어둠과 빛을 아는 인어의 얼굴이

나는 조용한 개들과 잠든 깃털,

새벽의 술집에서 잃어버린 시구를 찾고 있다 너에게

어울리는

너에게는 내가 잘 어울린다

우리는 손을 잡고 어둘음 헤엄치고 빛 속을 걷는다

네 손에는 끈적거리는 달콤한 망고들

네 영혼에는 망각을 자르는 가위들 솟아나는 저녁이

잘 어울린다

너에게는 어린 시절의 비밀이

너에게는 빈 새장이 어울린다

피에 젖은 오후의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들이

 

​쌀쌀한 월요일 아침 입니다

바쁘고, 움추려드는 일상에도

심리적 솜 이불 한 채 덮고,,,,

따스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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