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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이 불타고 있다 / 박노해
    2022. 11. 8. 22:16

    삶이 불타고 있다 / 박노해

    그 시대 젊은 우리는

    프로메테우스가 되고자 했다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 와

    춥고 가난한 지상의 인간에게 주는,

    그리하여 쇠사슬에 묶여 날마다

    적의 부리에 심장을 파먹혀가는,

    어둠의 시대는 가고

    불의 시대가 왔다

    기술의 불과 권리의 불과

    탐욕과 질시와 재미의 불이

    인간의 감각을 불지르고

    대지와 하늘을 불지르고

    오래된 전승과 신성한 지혜와

    자신의 영혼을 불지르고

    삶 자체를 불지르도다

    반신반인들의 불타는 지구여

    더 많은 불을 바라는 시대여

    어둠 속 동굴에 묶인 나는

    녹슨 쇠사슬에 풀려나

    불타는 세계를 걸었노라

    그로부터 나는 다시

    침묵의 설산으로 올라가

    세계의 희망이 어떻게

    살해되어 가는지를 보았노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산정에 앉아 홀로 울었노라

    불타는 세계에는 남아있지 않은

    누가 맑은 눈물을 흘려 불을 잡겠는가

    누가 영혼의 불을 밝혀 불을 잡겠는가

    삶이 불타고 있다

    인간의 날이 불타고 있다

    영혼이 차갑게 불타고 있다

     

     

    홍주성 나무들도 가을이 깊어 갑니다

    행복과 시간은 늘 곁에 있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오늘,

    시골 어미니  댁에서 얼굴을 뵙면서

    무궁한 시간이 지났음을 알았습니다

     

    놓쳐버린 것이 무었일까?

    집에서 구워간 고구마를 건네면서 행복 주머니를 하나 수거헀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내일은 늦다

     

    홍주성 나무들도 아마,

    지난 시간을 지켜보며 말하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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