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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등 아래 벚꽃 / 황지우

수은등 아래 벚꽃 / 황지우 社稷公園(사직공원)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 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줄 그때 이미 다 알았다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 벚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본다 비 내리는 날,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 행복했습니다

2015.04.08

가로등

도시의 가로등은 사람도, 낭만도 있을 것이다 시골의 가로등은 늘 혼자다 저 가로등 처다보며 징징거리는 이도, 쉬하는 이도,,,, 없다 제대로 쓸쓸한 가로등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소명은 있다 밤을 지킨다 어둠 속 평화를 지킨다!!! 가로등 / 나태주 밤 안개는 몸에 해롭대요 치마 벗고 밤거리에 나선 누군가의 아낙. 가로등을 보면서 / 김민소 모두가 비상을 꿈꿀 때도 네 꿈은 가장 낮은 곳에 있다 부와 명예를 위한 관심도 없다 오직 살고 싶은 생명을 위해 고압전류에 온몸을 녹이면서 빛살을 아낌없이 뿜어댄다 어두울수록 눈부신 너는 그 찬란한 열꽃을 피우면서 꿈을 잉태하는 동화가 된다 너를 닮고 싶다 누더기 같은 마음을 털고 몸으로 사랑을 전할 수 있게 너처럼 살고 싶다 비릿한 허욕과 결별하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2015.04.05

4월 시모음

봄 비 내리는 저녁입니다 아내와 가까운 암자로 산책을 갔다가 진달래꽃을 담았습니다 3월은 보내고, 행복한 4월 맞이하세요!!! ------------- 4월 / 오세영 언제 우레 소리 그쳤던가, 문득 내다보면 4월이 거기 있어라.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언제 먹구름 개었던가. 문득 내다보면 푸르게 빛나는 강물, 4월은 거기 있어라. 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열병의 뜨거운 입술이 꽃잎으로 벙그는 4월. 눈뜨면 문득 너는 한 송이 목련인 것을, 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돌아보면 문득 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우리는 한때 두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 류시화 우리는 한 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물방울로 만나 물방울의 말을 주..

2015.04.04

볏짚 태우기-들불!

지난 일요일 어머니 집으로 저녁하러 가는데 논에서 아저싸가 볏짚에 불을 놓으신다 가을에 탈곡을 하고, 볏짚을 소먹이로 수거해야 하는데, 가을 장마로 시기를 지났다 겨울 동안 내린 눈으로 또 썩어서 사료로서 가치가 없어서 태우셔야 금년에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위험한 일이다 화재 위험도 있고, 몸에 불이 붙는 사태도 발생하여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들불 / 김충규(1965-) 네 무릎에서 내 무릎 사이에, 그늘이 깊다 누워 조금 뒤척이던 구름이 심심한 표정이다 풀들이 울었다 일 그램의 바람도 없는 한낮인데 풀 쪽으로 너도 나도 귀를 기울이느라 서로의 무릎 사이가 더 벌어졌다 상관없지만 둘 중 하나의 무릎이 모래처럼 흘러내릴 가능성에 대해 하늘에 물어볼 필요는 없다 네 무..

농부이야기 2015.04.04

용봉산에 온 손님!

용봉산에 남산제비꽃이 피었습니다 매년 기다리는 봄 손님입니다 어쩌다 지나치면 또 1년을 기다리는 손님!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것이다. 행복한 저녁되세요! -------------------- 백과사전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이름 종소명(種小名) ‘chaerophylloides’는 ‘chaerophylla’ 종과 비슷하다는 뜻인데,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진 잎을 뜻하는 ‘cheirophylla’를 잘못 기재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한국어 이..

2015.04.04

아침 / 강은교

아침 / 강은교 이제 내려놓아라 어둠은 어둠과 놀게 하여라 한 물결이 또 한 물결을 내려놓듯이 한 슬픔은 어느 날 또 한 슬픔을 내려놓듯이 그대는 추억의 낡은 집 흩어지는 눈썹들 지평선에는 가득하구나 어느 날의 내 젊은 눈썹도 흩어지는구나. 그대, 지금 들고 있는 것 너무 많으니 길이 길 위에 얹혀 자꾸 펄럭이니 내려놓고, 그대여 텅 비어라 길이 길과 껴안게 하라 저 꽃망울 드디어 꽃으로 피었다 행복한 4월, 그리고 아침 되세요

2015.04.01

비 내리는 간월암과 바지락!

봄 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날 입니다 점심을 하러 나왔다가 간월도 간월암에 들렸습니다 조용합니다 출입문 〔 서산간월암목조보살좌상 (瑞山看月庵木造菩薩坐像) 이 있는 간월암입니다 간월암 목조보살좌상은 양식적으로 볼 때 1600년 전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규모가 작은 삼존불상의 협시보살로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갸름한 타원형의 얼굴에 높이 솟은 보계, 부드러운 옷주름 등에서 형식화하기 시작하는 임진왜란 이후의 보살상과 차별성이 있다. 〕- 문화재청 자료 해수관음전은 바다를 향하여 있습니다 기와불사에 각기 소망을 담아서 올렸습니다 모두 이루소서! 비를 흠뻑 맞은 수선화! 장승들,,, 간월암 전경! 바지락탕과 바지락해물칼국수! 살이 오른 바지락이 시원하고 담백합니다 어제 마신 술의 독을 풀어냅니다

그런 길은 없다 / 베드로시안(주례사)

그런 길은 없다 / 베드로시안 아무리 어두운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리 걸어가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오늘 결혼식에 주례를 부탁받아, 고민하다가 다녀왔습니다 나이도 어리고,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 결혼을 집례하기엔 좀 ,,,, 부탁에 허락을 하고, 주례사를 작성하고, 아내는 손 편지로 주례사를 담아서 드렸습니다 기도했습니다 끝까지 사랑하고, 함께 하기를,,,, 아름다운 부부가 행복하기를,,, 지금쯤 비행기에서 잠을 청하겠지요!! 귀가해서 아내와 늦게 용봉산에 올랐습니다 일몰도 보고, 꽃도 보면서, 우리의 결혼도,..

201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