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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은등 아래 벚꽃 / 황지우
    2015. 4. 8. 16:31

    수은등 아래 벚꽃 / 황지우

     

     

    社稷公園(사직공원)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 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줄

    그때 이미 다 알았다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

    벚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본다

     

     

     

    비 내리는 날,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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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