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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세상 / 박경례​

그도 세상 / 박경례 ​ 그도 세상 누구나 가 본 곳 누군가 살아 있는 곳 여행의 시간 내 마지막 연필 그도 세상 꽁무니에 꽃이 달렸다 바닥으로 내리는 꽃의 아픔 너는 보지 않았으므로 내 마음이 아프다 너는 보았으므로 우는 눈동자를 닮은 너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울고 살면서 따라 울고 혼자서 울고 울다가는 세상 그도 세상 박경리 혼자 서 있는 들풀, 들꽃처럼 흘러 갑니다 이른 새벽, 산으로 길을 떠납니다

2023.05.13

꽃이 지던 날 / 박인걸

꽃이 지던 날 / 박인걸 꽃이 져도 날은 맑네. 하도 많이 지니 이찌하랴. 바람이 없어도 꽃은 지네, 때가되면 뭔들 안질까 지는 꽃을 붙잡을 수 없네. 붙든다고 그 자리에 머물까 지는 꽃은 져야 하고 피는 꽃은 피어야 하네. 꽃 진다고 새는 안 울고 떨어진다고 비도 안 오네 피었다가 지는 꽃은 질줄 알고 피었다하네. 해도 지고 달도 지고 활짝 피었던 사람도 지네. 어제는 고왔는데 오늘은 지네. 아무 말 없이 떨어지네. 쓸쓸히 지니 가엽지만 피는 꽃이 있어 위로가 되네. 그럴지라도 지는 꽃에 서러운 마음 감출 수 없네. 텅빈 의자에 앉아 긷어버린 커피를 마십니다 늘 마음 속에는 작정한 날이 있으나, 현실의 삶은 구속이 있습니다 환하게 웃어주는 철쭉을 바라보며 그저 행복한 웃음을 보냅니다 내년에는 더 밝고,..

2023.05.11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 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시인 - 조금은 철 지난 황매산은 한산합니다 1년을 기다렸던 철쭉들을 찿아서, 교감 나누고 갑니다 ---- 누구에게나 아품은 있지만 전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제가 부모가 되고, 아이를 키워보니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꿈에라도 뵙고 싶습니다

2023.05.09

간월암 연등

연등 / 문성해 이 나이 되도록 나는 한 번도 연등을 달아본 적이 없네 연등을 다는 자의 간절한 마음이 되어본 적이 없네 연등을 다는 일은 나를 작게 둥글려 연등 속에 넣고 바람과 빗속에 흔들리는 일 방에 돌아와 누워도 흔들리는 연등을 생각하는 일 어떤 자는 제 몸을 활활 불사르고 어떤 자는 일찍이 심지를 끄고 어떤 자는 바람에 균형을 잡고 나는 그중 가장 나중의 자가 되고 싶어 꺼질 듯 꺼지지 않는 연등의 시절이 오면 나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사립문짝에 발그레 뺨 붉힌 그것을 매달고 싶어 등불 위로 뜨거움을 참고 내려앉는 어둠을 내가 나를 보듯 들여다보고 싶어 연등을 켜고 끌 때 내 얼굴을 웃음을 숨소리를 생각하고 싶어

2023.05.06

햇빛은 보리밭에 / 나태주

햇빛은 보리밭에 / 나태주 햇빛은 보리밭에 내려 초록의 햇빛이 되고 목련꽃 위에선 순백의 햇빛이 되고 개나리 위에 내려선 샛노란 햇빛이 된다 내 마음에 내린 햇빛은 무슨 빛깔일까? 밤에 빗소리 성기니 좋습니다 함께 살아갈 수 있으니 행복입니다 제 맘이 요상하여, 가끔은 아품도 드리지만 같이 함께 풋풋한 보리밭에 서면 행복합니다 사랑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2023.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