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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 정 호 승

선암사 / 정 호 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에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창비 1999. 봄은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봄은 꽃 피는 시절과 함께 오고, 갑니다 시간은 짧고, 인간은 쉽게 늙는다는 말처럼 유한 합니다 오늘도 시간 위에서 즐기십시요

2023.04.15

유채꽃밭을 지나며​ / 고정희​

유채꽃밭을 지나며​ / 고정희 어머니, 이제 더는 말이 없으신 어머니 당신의 시신을 뒷동산 솔밭에 묻고 제 가슴에도 비로소 둥긋한 봉분 한구 솟아버린 채 서른아홉의 짐을 끌고 고향을 하직하던 날 소리나지 않게 울며 대문 밖에 서 계시는 어머니와 손 흔들던 날 저산리 모퉁이를 돌아서던 제 시야에 오늘처럼 눈부시게 흔들리는 유채꽃밭을 보았습니다 백야리를 지나고 배드레재 지날 동안 저를 따라오던 유채꽃밭에는 호랑나비 노랑나비 훨훨 날아들어 이 세상의 적멸을 쓰러뜨리며 찬란한 화관을 들어올리고 있었습니다 제발 가슴속의 봉분을 버려라 찾아오면 떠나갈 때가 있고 머물렀으면 일어설 때가 있나니 사람은 순서가 다를 뿐이다 유채꽃밭 속으로 걸어가던 어머니 그날처럼 오늘도 산천솔기마다 유채꽃 흐드러져 무겁고 막막한 슬픔을..

2023.04.13

추억 / 나태주

추억 / 나태주 어디라 없이 문득 길 떠나고픈 마음이 있다 누구라 없이 울컥 만나고픈 얼굴이 있다 반드시 까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히 할 말이 있었던 것은 더욱 아니다 푸른 풀빛이 자라 가슴속에 붉은 꽃들이 피어서 간절히 머리 조아려 그걸 한사코 보여주고 싶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벤뎅어를 먹던 추억,,,, 할아버지,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옛날 코흘리게 시절의 맛은 아니지만 소환된 추억은 울림이 있습니다

음식 2023.04.09

새봄이면 다녀오는 영취산 진달래추억

진달래 / 이해인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다란 꽃술이 바람에 떠는날 상처 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눕는 우리들의 지병은 사랑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구름 스쳐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 선연한가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오늘도 다시피는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0, 산행 일시 : 2023.04.01(축제일) 0, 산행경로 : 주차장-진례봉 -원점회귀 0, 개화상태: 만개 후 3-4일 지난듯 소중한 것은 / 엘렌바스 삶을 사랑하는 것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에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탄 종이처럼 손에서 바스라..

카테고리 없음 2023.04.09

가난한 사람에게 / 정호승​

가난한 사람에게 / 정호승 ​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 밖에 등불하나 내어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마음 하나 창밖에 걸어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갑니다 폭풍처럼 몰려왔던 감정도 차분해지는 시간입니다 슬픔의 목소리, 삶의 열정에서 응어리져서 나오던 그의 울림,,,! 삶은 사랑받으면 피어나는 꽃 입니다

2023.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