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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나무와 나무 사이엔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그대와 나 사이엔무엇이 흐르고 있을까​신전의 두 기둥처럼 마주보고 서서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면쓸쓸히 회량을 만들수 밖에 없다면오늘 저 초여름 숲처럼그대를 향해 나는푸른 숨결을 내뿜을 수 밖에 없다​너무 가까이 다가서서서로를 쑤실 가시도 없이너무 멀어 그 사이로차가운 바람길을 만드는 일도 없이나무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푸른 하늘처럼​그대와 나 사이저 초여름 숲처럼푸른강 하나 흐르게 하고기대려 하지 말고 추워하지 말고서로를 그윽히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좋은 관계는 그냥 둔다고 꽃이 되지 않는다정성껏 가꾸어야만  비로소 꽃이 된다손뿐만 아니라 우리의 머리, 가슴,두잘에도따듯한 배려의 꽃이 피기를 기원한다--받은글 --

2024.06.13

초여름의 향기 / 박정재

초여름의 향기 / 박정재 짙어가는 연초록갖가지 색깔로 피어나는 꽃연초록 숲을 지나 꽃잎 사이로불어오는 초여름 바람에는풋내 나는 자연의 향기가 짙다 산들 바람이 지날 때마다연초록 잎은 진초록으로 자라고꽃들의 연서를 전하는 벌 나비바쁜 날개 짓으로 분주하고황혼의 노인도 덩달아 바쁘다 아 이 유월이 이대로 머물러오래오래 남아 있다면 좋겠다  좋은 관계는 그냥 둔다고 꽃이 되지 않는다정성껏 가꾸어야만 비로소 꽃이 핀다손뿐만 아니라 우리의 머리, 가슴, 두 발에도 따뜻한 배려의 꽃이 피기를 기원한다-- 내 마음의 크기 ,   받은 글--

2024.06.12

봄 / 이성부

봄 / 이성부​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어디 뻘밭 구석이거나썩은물 웅덩이 같은데를 기웃거리다가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하고지쳐 나자빠져 있다가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흔들어 깨우면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것이 온다너를 보면 눈부셔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가까스로 두팔벌려 껴 안아보는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삶이 영원하지 않기에 잘 살아야 합니다주변 지인들의 갑작스런 소천 소식에 무겁습니다 늘 새롭고, 감사가 넘치는 풋사과처럼 상큼한 하루를 살아보렵니다

2024.06.09

태안 신두리 사구 여행

고비 / 함순례 모래가 운다 네 발로 기어 올라가모래바람이 토해내는 햇살처럼 부서지다가여럿이 한발 한발 내딛으며 내려오면낮고 깊은 소리로 모래가 운다가슴 저 밑바닥 오래 쟁여 있다가새어나오는 울음 같다어디서 불어와 여기 쌓이고 있는지몇 겁의 시간이 이리 장엄한 모래톱을 세운 건지알 수 없어 노을처럼 붉어진다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는 여기내일이 없는 여기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 여기고비를 넘는 것은 고비에게 안기는 일이다고비의 주름살 속으로 들어가그 깊고 낮은 울음소리 온몸에 쟁이는 것이다차마 알 수 없는 것들이 쌓이고 쌓여부드러운 기적을 이루어 놓았듯미끄러지고 허물어지는 오늘이오늘을 씻기고 어루만지는 것이다가볍게 간절하게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해안사구는 연안류와 조류에 의하여 연안의 ..

2024.06.07

촛불의 기도/이해인

촛불의 기도 / 이해인​하느님을 알게 된이 놀라운 행복을온 몸으로 태우며 살고 싶어요​그분이 주시는 매일매일을새해 첫날처럼 새로운 마음으로언제나 설레이며 살고 싶어요​하늘 향해 타오르는이 뜨거운 불꽃의 기도가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도록​이웃을 위해서도 조국을 위해서도닫힌 마음 열겠어요좁은 마음 넓히겠어요​내 키가 작아 드는 아픔을내 몸이 녹아드는 아픔을두려워하지 않겠어요​하얗게 물이 되는따스한 물이 되는겸손한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흔들리는 바람에도똑바로 눈을 뜨며떳떳하게 살고 싶어요 지난 3개월의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결과가 좋은 방향으로 귀결되어 한없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어머니는 수술도 불가한 중병으로 지난 여름부터 고생하시는데,,,,어머니 집으로, 아내와 둘이 여행용가방을 들고 들어가서 겨울과 봄을 맞..

2024.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