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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류근산 2023. 8. 9. 22:04
첫사랑 / 류근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내 삶은 방금 첫 꽃송이를 터뜨린 목련나무 같은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아도 음악이 되는 황금의 시냇물 같은 것이었다 푸른 나비처럼 겁먹고 은사시나무 잎사귀 사이에 눈을 파묻었을 때 내 안에 이미 당도해 있는 새벽안개 같은 음성을 나는 들었다 그 안갯속으로 섬세한 악기처럼 떨며 내 삶의 비늘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곧 날이 저물었다 처음 세상에 온 별 하나가 그날 밤 가득 내 눈썹 한끝에 어린 꽃나무들을 데려다주었다 날마다 그 꽃나무들 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산속에서 마주한 첫 느낌,,,! 누구나 나약하고, 현실의 벽에서는 두렵습니다 일상이 삶의 변화의 기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단련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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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 박인걸산 2023. 8. 8. 06:18
팔월 / 박인걸 해마다 팔월이면 태양이 가깝게 다가와 숲은 가마솥이 되고 대지는 화덕이다. 풀벌레는 자지러지고 새들은 그늘로 숨지만 바람의 풀무질이 열기를 불어넣을 때면 푸른 생명들은 조용히 찬가를 부른다. 우주의 에너지가 구석구석 파고들 때면 잎사귀마다 춤을 추며 여름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대추가 소리 없이 여물고 고구마도 큰 꿈을 키워가는 팔월에는 너와 나의 사랑도 여물어 가려나 덥습니다, 그래도 여름은 여전히 좋습니다 짧은 여름, 즐기시고 행복하십시요 뒤를 돌아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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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어느 날 / 김인숙삶 2023. 8. 6. 11:24
늦여름 어느 날 / 김인숙 순수의 빛이 그리워 문득 바라본 도시의 하늘에 별이 뜬다 풀 내음 모락모락 익어가는 들녘 찌르르 쌔르르 풀벌레 소리 새벽 창가에서 가을을 부르고 마음엔 두둥실두둥실 별이 뜬다 하늘 닮은 맑고 푸른 바람이 선들선들 불어온다 내일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길이 보이고, 내일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핑게만 생긴답니다 조생종 벼가 벌써 누렇게 익어갑니다 가끔 불어오는 찬바람이 콧등을 스치면 가을이 가까이 온 것을 느낍니다 행복한 가을 준비하시는 시간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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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삶 2023. 8. 4. 18:52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 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꽃잎에는 잎사귀가 필요합니다 편안한 호흡으로 내려앉은 능서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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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 김수영산 2023. 8. 1. 20:43
폭포 /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태와 안정을 뒤집어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오늘도 무덥습니다 삼척 오지의 덕풍계곡 입니다 진정한 자신과 여행을 떠난다면, 오지도, 오지가 아니고, 무인도라도 무인도가 아닐 것 입니다 가방 메고,,,, 뚜벅이로 혼자 떠나는 여행,,,, 덕풍계곡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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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힘 / 선미숙산 2023. 7. 30. 07:24
긍정의 힘 / 선미숙 언제부턴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틀림없는 건 이게 나를 살게 한다는 거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게 죽을 만큼 힘든 일을 겪을 때도 나는 죽지 않았다. 세상에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배신을 당했을 때도 원망보다는 세상 배움으로 여겼다. 당장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막막할 때도 한 가지 놓지 않은 건 꿈이었다. 내 상표를 갖는 꿈 온 세상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엉뚱하게도 나는 잠깐 덮어두었던 그 꿈을 끄집어냈다. 꼬박 사흘을 매달렸다. 그 집중력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른다. 나한테 그런 힘이 있는 줄 스스로 새삼 놀랐다. 누구에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했다. 그리고 열 달 뒤, 드디어 특허청에 내가 만든 상표 두 개를 올렸고 오랫동안 품고 있던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