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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 나무 / 박노해

그해 겨울 나무 /  박노해​-1-​그해 겨울은 창백했다사람들은 위기의 어깨를 졸이고혹은 죽음을 앓기도 하고온몸 흔들며 아니라고도 하고 다시는 이제 다시는그 푸른 꿈은 돌아외 않는다고도 했다세계를 뒤흔들며 모스크바에서 몰아친 삭풍은순식간에 떠나보냈다잿빛 하늘에선 까마귀떼가 체포조처럼 낙하하고지친 육신에 가차없는 포승줄이 감기었다그해 겨울,나의 시작은 나의 패배였다​​-2-후회는 없었다 가면 갈수록 부끄러움뿐다 떨궈주고 모두 발가벗은 채빛남도 수치도 아닌 몰골 그대로칼바람 앞에 세워져 있었다언 땅에 눈이 내렸다숨막히게 쌓이는 눈송이마저남은 가지를 따닥따닥 분지르고악다문 비명이 하얗게 골짜기를 울렸다아무 말도 아무 말도 필요없었다절대적이던 것은 무너져 내렸고그것은 정해진 추락이었다몸뚱이만 깃대로 서서처절한 ..

2024.07.12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용혜원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용혜원​그대를 만나던 날느낌이 참 좋았습니다.​착한 눈빛 해맑은 웃음한마디 한마디의 말에도따뜻한 배려가 담겨 있어잠시 동안 함께 있었는데오래 사귄 친구처럼마음이 편안했습니다.​내가 하는 말들을웃는 얼굴로 잘 들어주고어떤 격식이나 체면 차림 없이있는 그대로 보여주는솔직하고 담백함이 참으로 좋았습니다​그대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 같아둥지를 잃은 새가새 보금자리를 찾은 것만 같았습니다.짧은 만남이지만기쁘고 즐거웠습니다.오랜만에 마음을 함께나누고 싶은 사람을 만났습니다.​사랑하는 사람에게장미꽃 한 다발을 받은 것보다더 행복했습니다.​그대는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더 좋은 사람입니다.   오늘은 몸보다 마음이 길을 나섰던 날 입니다비 내리는 정자에 앉아서 쉽니다 세월과 시간에 휘감기어서,..

2024.07.10

첫꽃 / 천양희

첫꽃 / 천양희 첫 꽃 사막만년청풀은 첫 꽃을 피우기 위해 사막에서 몇 십년이나 견뎌야 한다는데 연꽃 씨앗은 첫 꽃을 피우기 위해 늪에서 몇 천 년이나 견뎌야 한다는데 사람은 첫 꽃을 피우기 위해 어디에서 몇 년이나 견뎌야 할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고 꽃은 세상이 궁금해서 첫 꽃을 피운다  비오는 날,넘어진 김에 쉬어 갑니다 가끔은 벌도 꽃에게 실망한다니다묵은 마음 장맛비에 씻기우기,,,,!

2024.07.09

내 나이를 사랑한다 / 신달자

내 나이를 사랑한다 / 신달자​지금 이 순간이어렵다고 힘들다고 해서또한 알지 못한다고 해서주눅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당신은 아직도 남자이고아직도 불타는 젊음을 불태울 수 있고,​​당신은 아직도 여자이고아직도 아름다울 수 있고아직도 내일에 대해 탐구해야 할나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계속되는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기에보다 나은 삶을 택하고,​계곡에 물이 흐르듯리듬 있게 사는 것은보다 자신을 속박하는 모든 것에서더욱 개방되어 가는 표현 아닐까요?​흔히 51세를 5학년 1반흔히 61세를 6학년 1반이라고부끄러워 마시고​51캐럿짜리, 61캐럿짜리다이어먼드라고​자신 있게 당당하게이야기할 때가 올 겁니다​인생의 빛과 어둠이 녹아들어내 나이의 빛깔로 떠오르는내 나이를 사랑합니다​나이를 거듭하는 기쁨그 기쁨을 깨달았..

2024.07.08

연잎 앞에서 /오탁번

연잎 앞에서 /오탁번 연잎에 내리는 여름 한낮 빗방울처럼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그리움 따라연잎마다 크낙한 손바닥 하나씩 펴고호수 위에 떠다니는 내 마음 손짓하네 물결 따라 일렁이는 푸른 연잎을 보면내 눈빛 잠자리 겹눈처럼 밝아지지만사랑한다고 속삭이던 그때 그 입술은예쁜 연꽃 봉오리로 아직도 숨어 있네 이른 아침 연잎에 내리는 이슬방울인 듯마주보며 피워올린 첫사랑의 꽃봉오리!아무도 모르는 물밑 아득한 깊이에서지울 수 없는 사랑으로 피어나는 연꽃! 연잎에 내리는 저녁나절 빗방울인 듯아직도 눈에 밟히는 그리운 얼굴아잔잔한 호수 물결 지는 듯 다시 일때서늘한 연잎 위에 푸른 눈썹 떠오르네  무엇하나 꾸며진 것 없이,,,고마운 사람이 있다

2024.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