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여행 99

아직 가지 않은 길 / 고은

아직 가지 않은 길 / 고은 이제 다 왔다고 말하지 말자 천리 만리 였건만 그동안 걸어온 길 보다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행여 날 저물어 하룻밤 잠든 짐승으로 새우고 나면 더 멀리 가야할 길이 있다 그동안 친구였던 외로움일지라도 어찌 그것이 외로움뿐이었으랴 그것이야말로 세상이었고 아직 가지 않은 길 그것이야말로 어느 누구도 모르는 세상이리라 바람이 분다 12월은 변화의 달이다 우리 모두는 행동하지 않지만 움직임을 모색한다 밤새 뒤척이다 세상에 나갔다 동행하는 신에게 기도를 하지,,, 함께 하소서,,,! 다시 집, 그리고, 아주 작은 책상,,,! 꿈을 꾼다 다르게 사는 꿈을,,,!

2017.12.27

2017년 해넘이 어디로 떠날까?

송년 기도시 - 평화로 가는길 / 이해인 이 둥근 세계에 평화를 주십사고 기도하지만 가시에 찔려 피나는 아픔은 날로 더해갑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왜 이리 먼가요 얼마나 더 어둡게 부서져야 한줄기 빛을 볼 수 있는 건가요 멀고도 가까운 나의 이웃에게 가깝고도 먼 내 안의 나에게 맑고 깊고 넓은 평화가 흘러 마침내 하나로 만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울겠습니다 얼마나 더 낮아지고 선해져야 평화의 열매 하나 얻을지 오늘은 꼭 일러주시면 합니다 송년 기도시 - 용서하기 / 이해인 용서해야만 평화를 얻고 행복이 오는 걸 알고 있지만 이 일이 어려워 헤매는 날들입니다 지난 1년 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한 시간들 무감동으로 대했던 만남들 무자비했던 언어들 무절제했던 욕심들 하나하나 돌아보며 용서를 청합니다 진정 용서받고 용..

2017.12.22

꽃지의 일몰

꽃지의 일몰은 언제나 아름답다 낙조가 있는 날이건, 낙조가 없이 그냥 밤이 오는 날이건, -- 아름다운 것은 많은 사람이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얼굴/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길을 걷고 살면 무엇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

2017.12.11

11월을 보냅니다

12월의 독백 /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하나는 펼치면서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11월을 보냅니다 삶이 아프다는 것은 살아있는 증거라지요?

2017.11.30

겨울바다

뜨거운 가슴은 습하다 그리곤 슬픔을 가끔 잉태한다 마음에 낀 슬픔이란 물방울을 바라본다 이 슬픔이 어디로,,, 지난 아픔으로 패인 골짜기로 흐를까? 아니면, 비슷한 부스러기가 있는 곳으로 갈까? 스스로도 궁금했다 나의 심장의 벽면을 타고흐르던 슬픔은,,, 지난 골짜기가 아니고 자신의 공통분모가 있는 곳으로 흘렀다 슬픔도 외로웠나보다 난 그 순간을 바라다 봤다 슬픔은 흘러 가는 거니까?

2017.11.24

너에게 쓴다 / 천양희

너에게 쓴다 /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진 자리에 잎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어제 / 천양희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너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좋아하는 들판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 너는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어디쯤에서 우린 돌아..

2017.09.22

9월이 오면/ 안도현

9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

2017.08.31

그대를 보내고 / 이외수

그대를 보내고 / 이외수 이제 집으로 돌아 가자 우리들 사랑도 속절없이 저물어 ​ ​가는날 빈 들녘 환청 같이 ​ ​나지막히 그대 이름 부르면서 스러지는 하늘이여 ​ 버리고 싶은 노래들은 저문강에 쓸쓸히 물비늘로 떠돌게 하고 독약 같은 그리움에 늑골을 적시면서 ​ 실어증을 앓고 있는 실삼나무 ​ 작별 끝에 당도하는 낯선 마을 어느 새 인적은 끊어지고 못다한 말들이 한 음절씩 ​ ​저 멀리 불빛으로 흔들릴 때 ​ ​발목에 쐐기풀로 감기는 바람 바람만 자학처럼 데리고 가자 ​ ​ 운여해변에 아내와 다녀왔습니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어서 말합니다 나는 다시 온다 이 태양과 더불어 , 이 독수리와 더불어, 이 뱀과 더불어, 그러나, 하나의 새로운 삶, 또는 보다 나은 삶 비슷한 삶으로 나는 다시 돌아 올 것이다 ..

2017.08.09

여름 엽서 / 이외수

여름 엽서 / 이외수 오늘같은 날은 문득 사는 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 동안 하늘 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니 그믐밤에는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 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 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 만한 엽서 한 장 그 속에 보고 싶다는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 만으로도 내 뼛 속 가득 떠오르는 해 (천리포수목원에서,,,,)

2017.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