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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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시나무가 살랑이는 청산수목원삶 2021. 4. 24. 10:42
신록예찬 / 이양하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自然)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惠澤)에는 제한(制限)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豊盛)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時節)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는 이 때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明朗)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驚異)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綠陰)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香氣)로운 바람 ― 우리가 비록 빈한(貧寒)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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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 노을에 서서삶 2021. 2. 23. 19:56
어느 날 / 선미숙 생각 없이 달력을 보다가 아득하니 마음이 떨어질 때 무엇을 하며 여기까지 왔을까 기억에 모두 담아두지 못한 날들을 더듬어 보며 다시 한 번 큰 숫자를 꼽아보고 아직도 설익어 텁텁한 부끄러운 내 삶의 열매를 봅니다. 살아가는 일 보다 살아있음으로 충분히 세상에 고마운 웃음 나눠야 하는데 그 쉬운 즐거움을 아낀 좁은 마음이 얼마나 못난 것인가 이제야 알았습니다. 비바람도, 눈보라도 그대로 소중한 것을! 한파가 밀려오면 노을 곱다 간만에 추워서 동태되는 즐거움을 만끽했던 날,,,! 물이 밀려와 차오르고,,, 노을은 지고,,,, 걷고 있는 모든 삶의 길이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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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 박남준삶 2020. 6. 24. 21:54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 박남준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사는 일도 어쩌면 그렇게 덧없고 덧없는지 후두둑 눈물처럼 연보라 오동꽃들, 진다 덧없다 덧없이 진다 이를 악물어도 소용없다 모진 바람 불고 비, 밤비 내리는지 처마 끝 낙숫물 소리 잎 진 저문 날의 가을 숲 같다 여전하다 세상은 이 산중, 아침이면 봄비를 맞은 꽃들 한창이겠다 하릴없다 지는 줄 알면서도 꽃들 피어난다 어쩌랴, 목숨 지기 전엔 이 지상에서 기다려야 할 그리움 남아 있는데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너에게, 쓴다 몇 일 전 다녀온 천리포, 오늘은 폭우가 내린다더니 이슬비가 내립니다 지나치지 않다면 술 한잔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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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김지하삶 2020. 6. 12. 21:52
끝 / 김지하 기다림밖엔 그 무엇도 남김 없는 세월이여 끝없는 끝들이여 말없는 가없는 모습도 없는 수렁 깊이 두 발을 묻고 하늘이여 하늘이여 외쳐 부르는 이 기나긴 소리의 끝 연꽃으로도 피어 못 날 이 서투른 몸부림의 끝 못 믿을 돌덩이나마 하나 죽기 전엔 디뎌보마 죽기 전엔 꿈없는 네 하얀 살결에나마 기어이 불길한 꿈 하나는 남기고 가마 바람도 소리도 빛도 없는 세월이여 기다림밖엔 남김 없는 죽음이 죽음에서 일어서는 외침의 칼날을 기다림밖엔 끝없는 끝들이여 모든 끝들이여 잠자는 끝들이여 죽기 전엔 기어이 결별의 글 한 줄은 써두고 가마 비가 내리는 저녁입니다 마음이 무겁다가 센티합니다 시간의 흐름에서 행복을 불러 세웁니다 들꽃이라도 꺽어서 마음을 표현해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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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육체 / 이향아삶 2020. 5. 6. 06:30
정신과 육체 / 이향아 나는 한때 몸뚱이는 정신의 껍데기라는 말을 믿었다, 어리석게도. 죽으면 썩어질 부끄러운 몸, 영혼만 순결하고 영원하리라, 나는 그 말을 바보처럼 우러렀다. 백 사람한테 백 번 물어봐도 좋아 그건 말도 안 돼, 뜨거운 콧김 헐떡거리면서 중병도 아닌 겨우 독감으로 한 사흘 오슬오슬 시달리는 지금 내가 깨닫는 진리, 무거운 것 하나 육체처럼 절박하고 거룩한 것 있으랴. 육체는 정신의 아름다운 궁전 아니, 육체가 없으면 내가 없는 것. 말도 못하고 쭈빗거리던 삶, 주전자 물 끓듯이 지나갑니다 가슴 뛰게 살아온 시간들,,, 지금은 별나라에 갔지만, 저 바다를 걷고, 빛이 내리던 밤 조개구이로 쓴 소주도 하고,,, 그대가 그립습니다 밤 하늘에 별이 있고, 내 추억에는 그대가 있음이여 사랑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