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여행 99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 가겠다 비가 내립니다 시인은, 슬픔을 모르는 이에게 슬픔을 선물해서 아품을 알고, 사랑하도록 하고 싶었을까? ..

2015.07.19

7월을 시작합니다

7월 / 이외수 그대는 오늘도 부재중인가 정오의 햇빛 속에서 공허한 전화벨 소리처럼 매미들이 울고 있다 나는 세상을 등지고 원고지 속으로 망명한다 텅 빈 백색의 거리 모든 문들이 닫혀 있다 인생이 깊어지면 어쩔 수 없이 그리움도 깊어진다 나는 인간이라는 단어를 방마다 입주시키고 빈혈을 앓으며 쓰러진다 끊임없이 목이 마르다 7월 / 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 선 반환점에 무리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사랑은 큰일이 아닐 겁니다 / 박철 사..

2015.07.01

어머니의 못 / 정일근 외

어머니의 못 / 정일근 교회에 다니는 작은 이모는 예수가 사람의 죄를 대신해 못 박혀 죽었다는 그 대목에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흐느낀다 어머니에게 전도하러 왔다가 언니는 사람들을 위해 못 박혀 죽을 수 있나, 며 함께 교회에 나가 회개하자, 며 어머니의 못 박힌 손을 잡는다 어머니가 못 박혀 살고 있는지 작은 이모는 아직 모른다 시를 쓴다며 벌써 여러 해 직장도 없이 놀고 있는 나는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작은 못이며 툭하면 머리가 아파 자리에 눕는 나는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큰 못이다 그렇다, 어머니의 마음속에 나는 삐뚤어진 마루판 한 짝이어서 그 마루판 반듯하게 만들려고 삐걱 소리나지 않게 하려고 어머니는 스스로 못을 치셨다 그 못들 어머니에게 박혀 있으니 칠순 가까운 나이에도 식당일 하시는 어머니의..

2015.06.30

태안 튤립축제 !

태안반도 마검포에서 매년 열리는 꽃축제에 금년에도 참여합니다 넓은 대지 위에 튤립이 만개하였습니다 다음주면 근로자의 날과 함께 연휴이고, 가정의 달 5월이 시작됩니다 가족들과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천천히 즐겨보시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튤립(Tulipa)은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구근초입니다. 튤립의 학명은 Tulipa Gesneriana 며 튤립의 원산지는 남동 유럽과 중앙 아시아입니다. 꽃은 4∼5월에 1개씩 위를 향하여 빨간색·노란색 등 여러 빛깔로 피고, 길이 7cm 정도이며 넓고 예쁜 종 모양입니다 튤립의 꽃말은 사랑의 고백, 명성, 영원한 애정 입니다. 금년도에는 튤립도 생육이 좋고, 만개되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혼재된 튤립밭이 있어서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마검포 신온리 해변에서 일몰도 즐기고,..

2015.05.03

봄 맞이 여행-천리포수목원

푸른 눈의 한국인 밀러(민병갈)님이 개척한 수목원, 천리포 수목원! 14,000여종의 식물종을 보유하고,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식물원으로 인증받기도 한 곳입니다 2002년 민병갈님이 영면하사고, 공익법인으로 남아 사회공익적 기능을 현재 수행하고 있는 아름답고, 좋은 곳 입니다 이른 봄에 가면 납매가 저를 반깁니다 천리포로 다녀왔습니다 이른 봄에는 볼거리가 적지만, 방문객도 적어서 천천히 걸으면서 바람소리, 파도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즐길 수 있습니다 호숫가에 버들이 피었습니다 모두 깨어나는 봄입니다 벌써 야외에도 꽃이 피었습니다 매년 이분을 만나러 갑니다 납매! 향기도 납니다 계절을 기다리고, 보내면서 앉는 의자일까? 오늘은 추위에 아무도 없습니다 이 의자에서 저녁 노을을 보면 참 아름답습니다 아직은 너무..

2015.02.28

영춘화-천리포수목원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 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네가 가던 그 날은 / 김춘수 네가 가던 그 날은 나의 가슴이 가녀린 풀잎처럼 설레이었다 하늘은 그린 듯이 더욱 푸르고 네가 가던 그 날은 가을이 가지 끝에 울고 있었다 구름이 졸고 있는 산마루에 단풍잎 발갛게 타며 있었다 네가 가던 그 날은 나의 가슴이 부질없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천리포수목원에 봄을 알리는 ..

2015.02.27

홀로 있는 시간 / 이해인

홀로 있는 시간 / 이해인 홀로 있는 시간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호수가 된다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나 속의 나를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으므로 여럿 속에 있을 땐 미처 되새기지 못했던 삶의 깊이와 무게를 고독 속에 헤아려볼 수 있으므로 내가 해야 할 일 안 해야 할 일 분별하며 내밀한 양심의 소리에 더 깊이 귀기울일 수 있으므로 그래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여럿 속의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고독 속에 나를 길들이는 시간이다 안면도 방포해수욕장에서 해넘이를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봅니다 가까운 이로부터 상처가 나거나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어 괴로울 때 모든 것을 버리고 가는 바다, 오늘은 파도가 몽돌에 부딪히는 소리가 좋다 사람 사는 소리, 오늘, 세상에 나서 누군가를 깊게 사랑..

2015.02.14

행복 / 김재진

행복 / 김재진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는 나무처럼 사람들 속에 섞여 고요할 때 나는 행복하다 아직은 튼튼한 두 다리로 개울을 건너거나 대지의 맨살을 발바닥으로 느낄 때 만지고 싶은 것 입에 넣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하나 없이 비어 있을 때 행복하다 가령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어깨에 닿고 한 마리 벌이 꽃 위에 앉아 있는 그 짧은 세상을 눈여겨 보라 멀리 산 그림자 조금씩 커지고 막 눈을 뜬 앵두꽃 이파리 하나 하나가 눈물겹도록 아롱거려 올 때 붙잡는 마음 툭, 밀어 놓고 떠날 수 있는 그 순간이 나는 행복하다

2015.02.09

삶이 나를 불렀다,,,, 김재진

삶이 나를 불렀다,,,, 김재진 한때는 열심히 사는 것만이 삶인 줄 알았다. 남보다 목소리 높이진 않았지만 결코 턱없이 손해보며 살려 하진 않던 그런 것이 삶인 줄 알았다. 북한산이 막 신록으로 갈아입던 어느 날 지금까지의 삶이 문득 목소리 바꿔 나를 불렀다 나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고 있는 건가? 반짝이는 풀잎과 구르는 개울 하찮게 여겨왔던 한 마리 무당벌레가 알고 있는 미세한 자연의 이치도 알지 못하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다 알고 있는 듯 착각하며 그렇게 부대끼는 것이 삶인 줄만 알았다. 북한산의 신록이 단풍으로 바뀌기까지 노적봉의 그 벗겨진 이마가 마침내 적설에 덮이기까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는 그렇게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살아왔다.

2015.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