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있는 시간 / 이해인

농돌이 2015. 2. 14. 21:45

 

홀로 있는 시간 / 이해인

 

홀로 있는 시간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호수가 된다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나 속의 나를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으므로

여럿 속에 있을 땐

미처 되새기지 못했던

삶의 깊이와 무게를

고독 속에 헤아려볼 수 있으므로

내가 해야 할 일

안 해야 할 일 분별하며

내밀한 양심의 소리에

더 깊이 귀기울일 수 있으므로

그래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여럿 속의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고독 속에

나를 길들이는 시간이다

 

안면도 방포해수욕장에서 해넘이를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봅니다

 

가까운 이로부터 상처가 나거나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어 괴로울 때

모든 것을 버리고 가는 바다,

 

오늘은 파도가 몽돌에 부딪히는 소리가 좋다

사람 사는 소리,

 

오늘,

세상에 나서 누군가를 깊게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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