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192

눈꽃 같은 내 사랑아 / 이채

내 눈 앞에 서 있는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긴 겨울을 이긴 내면의 아름다움은 왜 안보여주는건지? 알 수 있는 자만, 느끼는 자만 느끼라는 건가? 어린 아이처럼 마냥 좋아라 할 수는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눈꽃, 설경,,,, 아름다운이여! 그대 바라보며 웃습니다 눈꽃 같은 내 사랑아 / 이채 내 꽃의 수줍은 표정은 장미빛 붉은 가슴 보일 수 없기 때문이며 내 꽃의 차가운 두 볼은 달콤한 그대 입술 스칠 수 없기 때문이며 내 꽃의 하얀 눈물은 따뜻한 그대 품 속 안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주보다 곱고 이슬보다 영롱합니다 꽃잎마다 맑고 고운 저 눈빛 좀 보세요 달도 없고 별도 없는 밤 행여 그대 창가에 한 아름 눈꽃송이 내리거든 하얀 날개 접고 꿈결에도 잠들고 싶은 내 그리움인 줄 ..

2016.03.02

경청 / 정현종

경청 / 정현종 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아, 오늘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대통령이든 신(神)이든 어른이든 애이든 아저씨든 아줌마든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 모든 귀가 막혀 있어 우리의 행성은 캄캄하고 기가 막혀 죽어가고 있는 듯. 그게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제 이를 닦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그걸 경청할 때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 한 고요 속에 세계는 행여나 한 송이 꽃 필 듯.

2016.02.12

행복한 느낌, 덕유산3!

당신 울고 있나요 / 장인하당신 울고 있나요 지금 무엇 때문에 그렇게 슬픈 표정으로 울고 있는 건가요 당신 서러워서 울고 있나요 나를 보지 못해서 울고 있는건가요나와 함께 하지 못하는 그리움땜에 울고 있나요 당신이 울고 있을 자격이나 있나요 서러웁다고 보고 싶다고 나에게 말할 자격이나 있나요 예전 같으면 당신이 울고 있으면 모든거 내팽개쳐 두고 한달음으로 달려가당신 두눈에 흐르는 눈룸 말없이 닦아주고 살포시 안아 주었을 나인데 이젠 그러질 못하네요당신이 외면한 사랑때문에 내가 더아파서당신 사랑 받아줄 내마음의 여유가 없어져 버렸어요 당신 지금 그렇게 슬픈듯 세상이 끝난것처럼 울고 있지만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아질거예요나도 예전에 당신이 외면한 사랑땜에 행복해 하면 웃었던 날보다 가슴아파서 ..

2016.01.27

눈꽃!

눈꽃 아가 / 이해인 1 차갑고도 따스하게 송이송이 시가 되어 내리는 눈 눈나라의 흰 평화는 눈이 부셔라 털어내면 그뿐 다신 달라붙지 않는 깨끗한 자유로움 가볍게 쌓여서 조용히 이루어내는 무게와 깊이 하얀 고집을 꺾고 끝내는 녹아버릴 줄도 아는 온유함이여 나도 그런 사랑을 해야겠네 그대가 하얀 눈사람으로 나를 기다리는 눈나라에서 하얗게 피어난 줄밖에 모르는 눈꽃처럼 그렇게 단순하고 순결한 사랑을 해야겠네 2 평생을 오들오들 떨기만 해서 가여웠던 해묵은 그리움도 포근히 눈밭에 눕혀놓고 하늘을 보고 싶네 어느 날 내가 지상의 모든 것과 작별하는 날도 눈이 내리면 좋으리 하얀 눈 속에 길게 누워 오래도록 사랑했던 신과 이웃을 위해 이기심의 짠맛은 다 빠진 맑고 투명한 물이 되어 흐를까 녹지 않는 꿈들일랑 얼음..

2016.01.24

작은 사랑의 송가/박정만

작은 사랑의 송가/박정만 사랑이 진하여 꽃이 되거든 그 꽃자리에 누운 한 작은 종자가 되라 그리하여 다시 오는 세상에서는 새나 나무나 풀이나 그런 우리들의 영원한 그리움이 되라. 참기 힘든 시간을 극복하는 길은 오직 새로운 사랑 밖에 없다 새로운 사랑은 새로운 길을 열어 줄 테니까 다만 두렵다고? 지금 집착하고 있는 그길도, 그 사람도, 그 사랑도 그땐 새로운 길이 아니던가? 【 오인태 시인의 시가 있는 밥상에서】

2016.01.08

겨울의 춤 / 곽재구

겨울의 춤 / 곽재구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 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 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겠다 그리고 춤을 익혀야겠다 바람에 들판의 갈대들이 서걱이듯 새들의 목소리가 숲속에 흩날리듯 낙엽 아래 작은 시냇물이 노래하듯 차갑고도 빛나는 겨울의 춤을 익혀야겠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끌어안으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한 것 한 칸 구들의 온기와 희망으로 식구들의 긴 겨울잠을 덥힐 수 있는 것 그러므로 채찍처럼 달려드는 겨울의 추억은 소중한 것 쓰리고 아..

2015.12.12

눈물 / 김현승

눈물 / 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生命)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짐승이건, 사람이건 가장 아푼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가족의 죽음이 아닐까,,, 그 중에서도 자식의 죽음이 더욱 아풀것이다 신인이 사랑하던 어린 아들을 먼저 보내고, 그 슬픔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빛나는 진실 또는 가치로 받아들이면서 역설적으로 승화시킨 시입니다 (시의 해설에서 펀글) 홀로서기 /서정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

2015.12.11

12월의 시!

12월 /반기룡 한 해를 조용히 접을 준비를 하며 달력 한 장이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며칠 후면 세상 밖으로 사라질 운명이기에 더욱 게슴츠레하고 홀아비처럼 쓸쓸히 보인다 다사다난이란 단어를 꼬깃꼬깃 가슴속에 접어놓고 아수라장 같은 별종들의 모습을 목격도 하고 작고 굵은 사건 사고의 연속을 앵글에 잡아두기도 하며 허기처럼 길고 소가죽처럼 질긴 시간을 잘 견디어 왔다 애환이 많은 시간일수록 보내기가 서운한 것일까 아니면 익숙했던 환경을 쉬이 버리기가 아쉬운 것일까 파르르 떨고 있는 우수에 찬 달력 한 장 거미처럼 벽에 바짝 달라붙은 채 병술년에서 정해년으로 바통 넘겨 줄 준비하는 12월 초하루 12월의 기도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2015.12.01

덕유산에서,,,,

가을엔 당신에게 이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 이채 가을엔 당신을 감싸주는 따뜻한 눈물이고 싶습니다 내 가슴에도 한 그루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 때 단풍잎 줄기마다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새기며 참사랑의 의미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때로는 나보다 당신을 위해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아름다운 포기를 배우고 싶습니다 그것은 포기가 아닌 나를 더욱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가을 잎새처럼 낮게 떨어질 줄 아는 담담한 용기라는 것을 가을엔 별들의 눈망울도 차가워지는 계절 저녁이 오기 전에 내 방에 많은 햇살을 담아 두고 싶습니다 어느 날 밤 당신에게 시리도록 찬바람이 불어올 그래서 당신이 추위에 떨어야 할 때 한 줌의 햇살로 촛불 같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병풍처럼 서 있는 이불 한 채의 바람막이가 될 수 있기를..

2015.10.19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2015.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