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봄비 / 고정희

봄비 / 고정희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오 그리운 이여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꿈꾸는 들판으로 달려 나가자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전쟁터에서 휴머니즘을 찾지 마라는 명언이 있다. 레마르크의 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에서 주인공은 연인이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자신이 살려준 빨지산 저격수의 총에 맞아 죽..

2025.04.23

꽃으로 잎으로 / 유안진

꽃으로 잎으로 / 유안진그래도세상은 살 만한 곳이며뮈니뭐니 해도사랑은 아름답다고돌아온 꽃들낯 붉히며 소근소근잎새들도 까닥까닥맞장구 치는 봄날속눈썹 끄트머리아지랑이 얼굴이며귓바퀴에 들리는 듯그리운 목소리며아직도 아직도 사랑합니다꽃 지면 잎이 돋 듯사랑 진 그 자리에우정을 키우며이 세상한 울타리 안에이 하늘 한 지붕 밑에먼 듯 가까운 듯꽃으로 잎으로우리는 결국함께 살고 있습니다 미워도, 보기 싫어도 표현 못하는 삶,,,,   그냥 소주 한 병 마시고  ,,, 갈 곳이 집입니다

2025.04.07

수선화에게 / 정호승

수선화에게 / 정호승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2025.04.07

어머니, 나의 어머니 / 고정희

어머니, 나의 어머니 / 고정희내가 내 자신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때나직이 불러본다 어머니짓무른 외로움 돌아누우며새벽에 불러본다 어머니더운 피 서늘하게 거르시는 어머니달빛보다 무심한 어머니내가 내 자신을 다스릴 수 없을 때북쪽 창문 열고 불러본다 어머니동트는 아침마다 불러본다 어머니아카시아 꽃잎 같은 어머니이승의 마지막 깃발인 어머니종말처럼 개벽처럼 손잡는 어머니천지에 가득 달빛 흔들릴 때황토 벌판 향해 불러본다 어머니이 세계의 불행을 덮치시는 어머니오 하느님을 낳으신 어머니 봄에는 할미꽃 핍니다  봄까치꽃이 피니 봄처럼 느낌니다    제 마음에 봄이,,,, 어렵고 힘든 이웃이 너털웃음으로 웃는 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봄은 늘 기다림의 시간이고,,,,   희망의 시간입니다

2025.03.31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새벽에 태백으로 떠나려다가  가축질병 등으로 힘든 신간에,,,, 의무와 세간의 눈이 무서웠다.  밀린 뉴스를 보고  아침.     소소한 밥상에 숨막히게 행복한 아침입니다    지난 눈 ..

2025.03.22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 기형도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 기형도그는 어디로 갔을가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눈을 감아도 보인다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함께 할 준비를 하는 시간, 봄 입니다. 시간 낭비와 감정 소모 말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나는,,,,  ..

2025.03.17

들꽃 언덕에서 / 유안진

들꽃 언덕에서 / 유안진​들꽃 언덕에서 알았다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들꽃 언덕에서 알았다꽃이 피면 핀 대로 그냥 두어라  꽃은 찾아간다고 아름다운게 아니다  꽃을 찾아 멀리 길을 떠나도                                      꽃 지는 날에 길을 떠나라 ( 탐매, 정호승)시인은 인생은 사랑하기에는 너무 짧고, 증오하기엔는 너무 길다고,,,,   생각만 해도 미소가 번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새 봄,  어떤 이유이든지 사랑하기에 너무 짧습니다

2025.03.14

3월에 꿈꾸는 사랑 /이 채

3월에 꿈꾸는 사랑 /이 채꿈을 꾸고그 꿈을 가꾸는 당신은여린 풀잎의 초록빛 가슴이지요소망의 꽃씨를 심어둔삶의 뜨락에기도의 숨결로 방긋 웃는 꽃망울하얀 언덕을 걸어햇빛촌 마을에 이르기까지당신이 참아낸인내의 눈물을 사랑해요고운 바람에게따스한 햇살에게아늑한 흙에게 감사해요희망의 길을 열어가는 당신에게도사랑한다는 말은마음의 꽃 한 송이 피워내는 일그 향기로 서로를 보듬고 지켜주는 일감사하다는 말은심연의 맑은 물소리그 고요한 떨림의 고백 같은 것행복의 뜰이활짝 핀 봄을 맞이할 때그때, 당신의 뜰로 놀러 갈게요아지랑이 옷 입고, 나비처럼 날아서..입산이 통제되던 몇 일을 보내고 달려갔던 산,  봄과 겨울의 공존,  그리고 많은 기다림 후에 느끼는 기쁨,,,                        삶의 감사였습니..

2025.03.04

봄 / 유안진

봄 / 유안진저 쉬임 없이 구르는 윤회의 수레바퀴 잠시 멈춘 자리 이승에서, 하 그리도 많은 어여쁨에 홀리어 스스로 발길 내려 놓은 여자, 그 무슨 간절한 염원 하나 있어 내 이제 사람으로 태어났음이랴​머언 산 바윗등에 어리 운 보랏빛, 돌담을 기어오르는 봄 햇살, 춘설을 쓰고 선 마른 갈대대궁 그 깃에 부는 살 떨리는 휘파람 얼음 낀 무논에 알을 까는 개구리 실뱀의 하품소리, 홀로 찾아든 남녘 제비 한마리 선머슴의 지게 우에 꽂혀 앉은 진달래꽃······​처음 나는 이 많은 신비에 넋을 잃었으나 그럼에도 자리 잡지 못하는 내 그리움의 방황 아지랑이야 어쩔 샘이냐 나는 아직 춥고 을씨년스러운 움집에서 다순 손길 기다려지니속눈썹을 적시는 가랑비 주렴 너머 딱 한 번 눈 맞춘 볼이 붉은 소년 ​내 너랑 첫눈..

202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