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 고정희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오 그리운 이여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꿈꾸는 들판으로 달려 나가자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전쟁터에서 휴머니즘을 찾지 마라는 명언이 있다. 레마르크의 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에서 주인공은 연인이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자신이 살려준 빨지산 저격수의 총에 맞아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