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시 138

이른 봄의 시 / 천양희

이른 봄의 시 / 천양희 눈이 내리다 멈춘 곳에 새들도 둥지를 고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웃으며 걸어오고 있다 바람은 빠르게 오솔길을 깨우고 메아리는 능선을 짧게 찢는다 한줌씩 생각은 돋아나고 계곡을 안개를 길어올린다 바윗등에 기댄 팽팽한 마음이여 몸보다 먼저 산정에 올랐구나 아직도 덜 핀 꽃망울이 있어서 사람들은 서둘러 나를 앞지른다 아무도 늦은 저녁 기억하지 않으리라 그리움은 두런 두런 일어서고 산 아랫마을 지붕이 붉다 누가, 지금 찬란한 소문을 퍼뜨린 것일까 온 동네 골목길이 수줍은 듯 까르르 웃고 있다 참 좋은 당신 / 詩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 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2015.02.28

3월!

3월 / 이외수 밤을 새워 글을 쓰고 있으면 원고지 속으로 진눈깨비가 내립니다. 춘천에는 아직도 겨울이 머물러 있습니다. 오늘은 꽃이라는 한 음절의 글자만 엽서에 적어 그대 머리 맡으로 보냅니다. 꽃이라는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 보신 적이 있나요. 한글 중에 제일 꽃을 닮은 글자는 꽃이라는 글자 하나 뿐이지요.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그 속에 가득차 있는 햇빛 때문에 왠지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농부이야기 2015.02.28

봄 시 모음

봄날의 기도 / 정연복 겨우내 쌓였던 잔설(殘雪) 녹아 졸졸 시냇물 흐르듯 지난날의 모든 미움과 설움 사르르 녹게 하소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따스운 봄바람에 꽁꽁 닫혔던 마음의 창 스르르 열리게 하소서 꽃눈 틔우는 실가지처럼 이 여린 가슴에도 연초록 사랑의 새순 하나 새록새록 돋게 하소서 창가에 맴도는 보드랍고 고운 햇살같이 내 마음도 그렇게 순하고 곱게 하소서 저 높푸른 하늘 향해 나의 아직은 키 작은 영혼 사뿐히 까치발 하게 하소서 행복을 향해 가는 문 /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

2015.02.11

봄 길 -정호승 -

봄 길 - 정호승 -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이른 새벽에 봄 비 소리에 잠을 깨었습니다 아파트 배란다로 물흐르는 소리가 좋습니다 모두에게 꿈결로 인도하는 시냇물 소리겠죠? 어제 퇴근길에 답답한 마음으로 초등학교 모교에 들렸습니다 제가 심은 은행나무도, 저희 동네 부잣집 마당에 자라던 향나무도 모두 그대로였습니다 다른 것은 나무들의 크기가 커졌고, 저의 마음이 그 시절에 비하여 순수하지 않다는 것이 였습..

2014.03.26

꽃잎 - 이정하 -

꽃 잎 / 이 정하 그대들 영원히 간직하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은 어쩌면 그대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 쓸데없는 집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를 사랑한다는 그 마음마저 버려야 비로소 그대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음을. 사랑은 그대를 내게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훌훌 털어버리는 것임을, 오늘 아침 맑게 피어나는 채송화 꽃잎을 보고 나는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꽃잎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은 햇살을 받치고 떠 있는 자줏빛 모양새가 아니라 자신을 통해 씨앗을 잉태하는, 그리하여 씨앗이 영글면 훌훌 자신을 털어버리는 그 헌신 때문이 아닐까요

2014.03.25

진달래 - 박노해 -

진달래 - 박노해 - 겨울을 뚫고 왔다 우리는 봄의 전위 꽃샘추위에 얼어 떨어져도 봄날 철쭉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 외로운 겨울 산천에 봄불 내주고 시들기 위해 왔다 나 온몸으로 겨울 표적되어 오직 쓰러지기 위해 붉게 왔다 내 등뒤에 꽃피어 오는 너를 위하여 현실에서 보란 듯이 이루어낸 지난날 뜨거웠던 친구들을 보면 해냈구나 눈시울이 시큰하다 이런 중심 없는 시대에는 세상과의 불화를 견디기도 어렵겠지만 세상과의 화해도 그리 쉽지만은 안겠지 지금도 난 세상과 불화 중이지만 나 자신과는 참 고요하고 따뜻해 그래서 다시 길 떠나는가 봐 세상과의 화해가 자신과도 화해일 수 있다면 세상과 화해한 넌 지금 너 자신과 화해가 되니? 활짝 핀 진달래꽃을 보면서 봄을 즐깁니다 아름다운 시 한편 감상하시죠! 편안한 저녁되셔요

2014.03.25

작은 약속-노원호

[작은 약속 - 노원호] 봄은 땅과 약속을 했다. 나무와도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싹을 틔웠다. 작은 열매를 위해 바람과 햇빛과도 손을 잡았다. 비오는 날은 빗방울과도 약속을 했다. 엄마가 내게 준 작은 약속처럼 뿌리까지 빗물이 스며들었다. 행복한 저녁입니다 한 주가 금방 지나버립니다 그리고, 농부의 마음처럼 봄은 또 분주하게 다가옵니다 이 봄에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남길까? 생각해봅니다

2014.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