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시 134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언젠가 날기를 배우려..

2024.02.26

꽃이 지던 날 / 박인걸

꽃이 지던 날 / 박인걸 꽃이 져도 날은 맑네. 하도 많이 지니 이찌하랴. 바람이 없어도 꽃은 지네, 때가되면 뭔들 안질까 지는 꽃을 붙잡을 수 없네. 붙든다고 그 자리에 머물까 지는 꽃은 져야 하고 피는 꽃은 피어야 하네. 꽃 진다고 새는 안 울고 떨어진다고 비도 안 오네 피었다가 지는 꽃은 질줄 알고 피었다하네. 해도 지고 달도 지고 활짝 피었던 사람도 지네. 어제는 고왔는데 오늘은 지네. 아무 말 없이 떨어지네. 쓸쓸히 지니 가엽지만 피는 꽃이 있어 위로가 되네. 그럴지라도 지는 꽃에 서러운 마음 감출 수 없네. 텅빈 의자에 앉아 긷어버린 커피를 마십니다 늘 마음 속에는 작정한 날이 있으나, 현실의 삶은 구속이 있습니다 환하게 웃어주는 철쭉을 바라보며 그저 행복한 웃음을 보냅니다 내년에는 더 밝고,..

2023.05.11

봄 비 / 고정희

봄 비 /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 날,,,,! 비가 온답니다 누가 나에게 모이수쳐르르뿌려주는 느낌 좋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면 언급은 불가? 사랑 받는 느낌,,,! 봄은, 그 느낌으로 살아갑니다

2023.04.17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안뜰에 작은 꽃밭을 일구어 꽃씨를 뿌리고 싶다. 손에 쥐면 금방 날아갈 듯한 가벼운 꽃씨들을 조심스레 다루면서 흙냄새 가득한 꽃밭에 고운 마음으로 고운 꽃씨를 뿌리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새들의 이야기를 해독해서 밝고 맑은 시를 쓰는 새의 시인이 되고 싶다.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2023.04.04

목련 아래서 / 김시천

목련 아래서 / 김시천 묻는다 너 또한 언제이든 네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 그 날이 오면 주저 없이 몸을 날려 바람에 꽃잎 지듯 세상과 결별할 준비 되었느냐고 나에게 묻는다 하루에도 열두 번 목련꽃 지는 나무 아래서 삶에는 해답이 없다는 건가요? 삶에는 여러 가지 해답이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정해진 해답은 없는 거야 --- --오스커! 신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엠마누엘 슈미트 --- 이른 새벽 3시, 하루의 새벽은 참 언제나 신선합니다 농부에게는 농기구가 필요하듯이, 내 마음에 다짐은 하루의 동행 입니다 감사로 시작합니다

2023.03.27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이여 상처받지 않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나는 누군가를 용서한 일이 없습니다 나한테 용서를 받아야 할 만큼잘 못한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가 니에게 잘해준 사람만 있습니다 ---- -- - 사람들은 내가 많은 사람을 용서하고 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나한테 용서를 빌 만큼 잘못한 사람이 없습니다 내가 못한 일들이 훨씬 많습니다 인간에게든 신에게든 내가 다 용서를 받..

2023.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