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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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도종환산 2019. 1. 27. 12:13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자연 앞에서 초연함을 배웁니다 위대한 자연 앞에서 억눌리거나, 무덤덤함이 아니라 긴 세월 속에서 변화를 읽어낸, 치우치지 않은 중심을 배워봅니다 그리고, 무엇을 변화시키려면, 나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묵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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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 박성철산 2019. 1. 19. 12:24
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 박성철 1 세상일 중에 빨리 이루어지기보다는 늦게 성취되어도 좋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단 한 번의 만남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담뱃불 같은 감정보다는 삶 속에서 보이지 않고 자연스레 진행되어 어느 순간에 그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음을 느끼게 되는 은은한 레모네이드 향 같은 사랑 그의 생각과 느낌이 말 없음으로도 나에게 전달되기 시작하는 천천히 오는 그런 사랑 적어도 사랑에 있어서는 기꺼이 완행 열차를 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2 사랑은 바보스러워도 좋습니다 어리석고 어리석어도 좋은 것이 사랑입니다 그가 잘되는 것이 곧 내가 잘되는 것이라는 어리석은 착각이 오히려 눈물나게 아름다운 일입니다 사랑은 천천히 걸어와도 좋습니다 거북이 걸음으로도 좋은 것이 사랑입니다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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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있는 그대로 / 김재진산 2018. 6. 30. 17:05
온전히 있는 그대로 / 김재진 상대방의 호감을 얻기 위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까지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은 좋지 않다. 사람은 보이는 것만큼 믿게 되지만 기대는 보여지는 것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진자 내 모습을 보여주고 그게 그 사람과 맞지 않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거짓을 말하지 말고, 나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 거짓으로 시작된 관계는 오래가지 않을 뿐더러 많은 것을 잃게 만들지도 모른다. 새장의 문을 활짝 열어둬, 새가 날아가면 어쩔수 없는 일이야. 새장 안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새는 절대 날아가지 않거든 그러나 갇혀 있다고 느끼는 새는 기회를 엿보다 문이 열리면 날아가 다시 돌아오지 않아. 날아갈 수 있는데 그 자리를 지키는 것과 날아가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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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사진을 바라보며,,,!산 2018. 3. 4. 06:42
내 눈동자 속의 길 / 강윤미 여행 끝에 도착한 여관방 누군가 마지막까지 힘껏 짜다 만 치약 한 번 쓸 만큼만 남겨 놓은 그것을 검지에 묻힌다 어둠이 이 방을 헹구고 갈 때까지 나는 오랫동안 후생의 나를 기다린 것 같다 흑백사진 같은 거울에 스며 있는 수많은 여행자의 몰골 위에 나는 입깁을 불어 강물이라고 쓴다 눈을 깜빡이자 타일 무늬 속으로 황급히 휘돌아가는 기척 벽의 수면 위로 꽃들이 질 줄 모르고 핀다 꽃들이 토해내는 향기를 쫓아 모래사장을 걸어나가면 저녁은 태어나고 수평선에서 겨우 빠져나온 오징어배의 불빛들 한숨 돌리고 또다시 파도를 뜯으러 달려가는 모래알을 따라가면 눈동자에서 시작한 길의 끝을 만난다 노을에 취한 파도였는지 포말에 엉겨붙은 바람이었는지 비릿한 게 그리워 나는 쉴새없이 셔터를 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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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한라산 눈꽃을 즐기며(2)산 2017. 3. 14. 17:23
생명은 / 요시노 히로시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듯하다. 꽃도 암술과 수술이 갖추어져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곤충이나 바람이 찾이와 암술과 수술을 중매한다. 생명은 그 안에 결핍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다른 존재로부터 채워 받는다. 세계는 아마도 다른 존재들과의 연결 그러나 서로가 결핍을 채운다고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지지도 읺고 그냥 흩어져 있는 것들끼리 무관심하게 있을 수 있는 관계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도 허용되는 사이 그렇듯 세계가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왜일까. 꽃이 피어 있다. 바로 가까이까지 곤충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가 빛을 두르고 날아와 있다. 나도 어느 때 누군가를 위한 곤충이었겠지. 당신도 어느 때 나를 위한 바람이었겠지. 2016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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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달다 - 정호승삶 2017. 2. 22. 09:04
풍경달다 -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지난 주에 가고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바라는 것을 다할 수는 없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필요한 것과 가지고 싶은 것을 구분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백록담도,,,,, 어느 연꽃밭도,,,, 갯버들도,,,, 풍년화도,,,, 어디에 마음이란 풍경 하나 달아 놓고 기다리는 봄이기를 소망합니다 상상하는 일을 함께 이루고자 하는 사람과 같이 하고 싶었습니다 가장 행복한 상태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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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너머 꿈산 2017. 1. 5. 21:09
입 밖으로 나오면 말이고 머리 속에 머물면 생각 입니다 말이 엉키는 사람에게 깊이있는 생각이나 철학이 있을 거라 믿는건 어리석은 짓 입니다. 산을 넘으면 그 너머에 또다른 세계가 있습니다, 지금 보이지않는 그 너머의 세계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산을 보면서 산 너머를 보고 사람을 보면서 그의 내면을 깊이보고 한사람의 꿈을 보면서 꿈 너머 꿈을 바라보십시요. ㅡ 좋은글 중에서ㅡ 다음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 삶에 너머에 있는 꿈 너머 꿈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루를 살기에도 부족한 에너지로 영원한 꿈을 이야기 한다는 것도 부족하지만 그냥 살아가는 것도 부족했습니다 격정의 삶도 중요하지만, 편안하고 따스함이 필요합니다 머리속에 차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 땀 이야기를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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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과 철쭉꽃, 그리고 나산 2016. 6. 15. 19:19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외눈박이 물고기처럼사랑하고 싶다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외눈박이 물고기처럼그렇게 살고 싶다혼자 있으면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산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만 기다림도 그 한가지이다보여주는 것만큼 보고 가지만, 여러번의 노력을 요구한다기다림으로 계속하다 보면 한번은 보게되니까?백록담이 안개에 덮혀간다금새 환하게 걷히고,,,, 변화무쌍하다백록담 밑으로 갑니다겨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데,,, 기대됩니다 조릿대밭에 피어난 멋진 철쭉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