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도종환

농돌이 2019. 1. 27. 12:13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자연 앞에서 초연함을 배웁니다

위대한 자연 앞에서 억눌리거나, 무덤덤함이 아니라

긴 세월 속에서 변화를 읽어낸,

치우치지 않은 중심을 배워봅니다

 

그리고,

 

무엇을 변화시키려면,

나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묵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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