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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이해인 -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이해인 - 손 시린 나목(裸木)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 오르는 빛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엔 바람이 자고 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 날 빛이 있어 혼자서도 풍요요와라 맑고 높이 사는 법을 빛으로 출렁이는 겨울 반달이여 벌써 한주가 지나갑니다 행복한 금요일 되소서!

2014.03.07

돌 하나, 꽃 한송이-신경림 -

돌 하나, 꽃 한송이 / 신경림 꽃을 좋아해 비구 두엇과 눈 속에 핀 매화에 취해도 보고 개망초 하얀 간척지 농투성이 농성에 덩달아도 보고 노래가 좋아 기성화장수 봉고에 실려 반도 횡단도 하고 버려진 광산촌에서 종로의 주모와 동무로 뒹굴기도 하고 이래서 이 세상에 돌로 버려지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 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 꿈도 꾸면서 ( 하찮은 도로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화려한 꽃으로 피여른 욕망 사이에 그 경계에 인생이 있다 그것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거리이기도 하고, 성스러움과 속됨의 갈등이기도 할 것이다 : 안도현 시인) 남부지방은 봄비가 내린답니다 곧 꽃소식으로 가득한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행복한 저녁되세요

2014.03.01

봄 길-정호승-

봄 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아름다운 삶을 누구나 꿈을 꿈니다 그리고 각광을 받는 자리도 좋아하죠! 갈길은 그것이 아닌데,,,, 전 오늘 제 마음속에 있는 말을 했습니다 3월을 기다려 보렵니다 바보처럼,,,,

2014.02.28

안개-기형도

안개/ 기형도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이 읍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군단(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 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 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

2014.02.27

봄날 같은 사람 [이해인]

봄날 같은 사람 [이해인] 겨우내 언 가슴으로 그토록 기다렸던 봄이 한창이다. 만물은 봄의 부름에 화답이라도 하듯 생기가 돌고 힘이 뻗친다. 생명이 약동하고 소생하는 계절의 할하루가 이토록 고마울까 싶다. 두꺼운 옷을 벗어 던지는 것만으로도 몸이 가벼운데 이름 모를 꽃들이 여기저기 흐트러지게 피어 있으니 마음 또한 날아갈 것만 같다. 사실 우리들 가슴을 포근히 적셔주는 것은 봄이다. '봄' 이란 말만으로도 향기가 나고 신선한 기분이 감돈다. 봄의 자연을 마음 곁에 두고 사는 이웃들에게서 배시시 흘러나오는 미소가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봄날 같으면 좋겠다"는 말이 생겼나 보다. 오늘은 산에서 사람을 피했다 그리고 계곡으로 달렸다 계곡은 봄이다 나는 지금 ..

2014.02.26

순창(채계산)과 남원 책여산을 다녀오다

순창 책암마을의 다리밑을 들머리로 순창 채계산을 넘고, 국도를 횡단하여 남원 책여산을 넘어서 유원지로 하산하는 12키로! 옆으로 펼쳐진 섬진강과 조망이 아름다운 곳! 절벽과 상승감, 소나무숲이 있어 천천히 걸으며 산림욕도 만땅하는 산입니다 홍성에서 6시 30분에 출발 -책암마을 - 무수재 - 금돼지굴 - 당재 -송대봉 -장군바위 -암릉지대 - 괴정삼거리 - 남원 책여산 - 유원지로 하산합니다 순창군의 산행 안내도 입니다 섬진강, 소나무숲을 천천히 걷습니다 송대봉에 오릅니다 앞으로 보이는 산이 삿갓처럼 급합니다 ㅋㅋㅋ 계단을 오르니 조망이 좋습니다 지나온 길을 한번 바라보고,,,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아름다운 섬진강도 조망합니다 봄이 왔습니다 들판이 파란색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암릉지대가 보입니다 암릉을 ..

2014.02.23

봄날은 가고-박남준 -

봄날은 가고 - 박남준 -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은 저렇게 피고 지랄이야 이 환한 봄날이 못견디겠다고 환장하겠다고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버림받고 홀로 사는 한 사내가 햇살속에 주저앉아 중얼거린다 십리벚길이라던가 지리산 화개골짜기 쌍계사 가는 길 벚꽃이 피어 꽃사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난 꽃들 먼저 왔으니 먼저 가는가 이승을 건넌 꽃들이 바람에 나풀 날린다 꽃길을 걸으며 웅얼거려본다 뭐야 꽃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대궐이라더니 사람들과 뽕작거리며 출렁이는 관광버스와 쩔그럭 짤그락 엿장수와 추억의 뻥튀기와 번데기와 동동주와 실연처럼 쓰디쓴 단숨에 병나발의 빈 소주병과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그래 그래 저렇게 꽃구경을 하겠다고 간밤을 설랬을 것이다 새벽차는 달렸을 것이다 연두빛 왕버드나무 머리 ..

201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