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릉진달래 24

용봉산 암릉 진달래를 바라봅니다

이슬의 꿈 / 정호승 이슬은 사라지는 게 꿈이 아니다 이슬은 사라지기를 꿈꾸지 않는다 이슬은 햇살과 한몸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슬이 햇살과 한몸이 된 것을 사람들은 이슬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나는 한때 이슬을 풀잎의 눈물이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새벽별의 눈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슬은 울지 않는다 햇살과 한 몸을 이루는 기쁨만 있을 뿐 이슬에게는 슬픔이 없다 여행 / 정호승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

2019.04.20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정호승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정호승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세상의 모든 수평선이 사라지고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통곡하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사라져도 나는 그대가 걸어가던 수평선의 아름다움이 되어 그대가 밝히던 등대의 밝은 불빛이 되어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한 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느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느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친구들이랑 맛있게..

2019.04.20

그건 바람이 아니야 / 류시화

그건 바람이 아니야 / 류시화 내가 널 사랑하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불붙은 옥수수밭처럼 내 마음을 흔들며 지나가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가 입 속에 혀처럼 가두고 끝내 하지 않는 말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 몸속에 들어 있는 혼 가볍긴 해도 그건 바람이 아니야 힌디어에 '킬레가 또 데켕게'라는 격언이 있다. '꽃이 피면 알게 될 것이다(When it flowers, we will see).'라는 뜻이다. 지금은 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설명할 길이 없어도 언젠가 내가 꽃을 피우면 사람들이 그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자신이 통과하는 계절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시간이 흘러 결실을 맺으면 사람들이 자연히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내는 단지 기다리는 ..

2019.02.25

산에서 치유를 느끼다,,,!

아름다운 풍경 / 용혜원 작은 불씨를 모아가며 사랑을 이루었으니 마지막까지 불꽃으로 타올라야 한다 막 피어오르는 꽃망울로 만나 사랑을 꽃피웠으니 풍성한 열매를 맺어야 한다 어느 날인가 불어온 바람으로 만났으니 구름을 불러 한바탕 쏟아져 내리는 비처럼 후회 없는 사랑을 해야 한다 작은 가슴을 태워가며 사랑을 했으니 후회 없는 웃음으로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너와 내 가슴에 사랑의 흔적이 언제나 남아 있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가며 사랑을 해야 한다 암릉이 많은 용봉산에는 봄이면 아름다움이 더 깊다 옆으로 사는 소나무도 살지요,,,! 옆으로 암릉에 사는 진달래가 꽃을 피웁니다 들려주는 위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희망의 증거가 있습니다 그래도 꽃은 핍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매년,,, 우리의 삶도, 걱정하지 ..

2018.04.17

진달래 / 이해인

진달래 / 이해인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 눕는 우리들의 지병(持病)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 구름 스쳐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 선연한가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오늘도 다시 피는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용봉산 암릉에 뿌리를 내린 진달래, 금년에도 건강하게 꽃을 피웠습니다 1년에 한번, 찿아서, 안부를 묻곤 합니다 세상과는 좀 떨어진 곳에 강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그래서, 봄은 행복하다,,,!

카테고리 없음 2018.04.02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어느날은 고통처럼,,, 어느날은 행복의 빛으로,,, 오늘은, 무거운 짐을 버리고 싶다 기다림으로

2017.12.05

어느 가을날

어느 가을날 찬바람 불어오니 마음의 호수에 물안개 핀다 지난 봄날, 화려한 꽃들의 반영 덩달아 화려했지 천둥치고, 큰비 내리고,,, 흔들리던 날, 내 의식의 허공 너머로 새 한 마리 그렸었네 쓰고 싶던 편지가 왔다 나에겐 있었지만, 새 한 마리 같은 존재 바람도 아닌, 어느 먼 하늘 끝 언저리 치렁치렁 엮인 어제의 이야기들 시간은 넓고, 깊은 하늘로 간다 무겁던 낙옆은 썩고, 존재의 방을 떠나 바람과 손을 잡을 것이다 가을은 무겁지 않다 가을 하늘은 마음의 호수 가을날 기도는 간절함을 더한다 대답하지 않는다, 적막 살다보면 봄이 오겠지 사랑, 호숫가 여백에 쓴다 눈 뜨면 아름다운 세상,

2017.12.03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2017년 어느 봄날에, 암릉에 핀 아름다운..

2017.05.19

산 위에서 / 이해인

산 위에서 / 이해인 그 누구를 용서 할 수 없는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을 묻으려고 산에 오른다. 산의 참 이야기는 산만이 알고 나의 참 이야기는 나만이 아는 것 세상에 사는 동안 다는 말 못할일 들을 사람은 저마다의 가슴 속에 품고 산다. 그 누구도 추측만으로 그 진실을 밝혀낼 수 없다 꼭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기 어려워 산에 오르면 산은 침묵으로 튼튼해진 그의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준다. 좀더 참을성을 키우라고 내 어깨를 두드린다. 꽃 소식이 온 세상에 가득합니다 지난주 일요일 용봉산 암릉에 핀 진달래 입니다 풍경이 눈부시다,,,!

2017.04.11

초대 /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초대 /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당신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자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꿈을 간직하고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몆 살인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다만 당신이 사랑을 위해 진정으로 살아 있기 위해 주위로부터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행성 주위를 당신이 돌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슬픔의 중심에 가닿은 적이 있는가. 삶으로부터 배반당한 경험이 있는가. 그래서 잔뜩 움츠러든 적이 있는가. 또한 앞으로 받을 더 많은 상처 때문에 마음을 닫은 적이 있는가 알고 싶다. 나의 것이든 당신 자신의 것이든 당신이 기쁨과 함께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미친 듯이 ..

2017.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