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 144

너무 일찍 핀 코스모스를 보며!!

사랑 / 정호승 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 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 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 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 모든 애인들이 끝끝내 지키는 깨끗한 눈물 오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날보다 원망하는 날들이 더 많았나니 창 밖에 가난한 등불 하나 내어걸고 기다림 때문에 그대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대를 기다리나니 그대는 결국 침묵을 깨뜨리는 침묵 아무리 걸어가도 끝없는 새벽길 새벽 달빛 위에 앉아 있던 겨울 산 작은 나뭇가지 위에 잠들던 바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던 사막의 마지막 별빛 언젠가 내 가슴속 봄날에 피었던 흰 냉이꽃.

2014.06.18

대청봉에서 보내는 편지!

간격 - 이정하 별과 별 사이는 얼마나 먼 것이랴. 그대와 나 사이, 붙잡을 수 없는 그 거리는 또 얼마나 아득한 것이랴. 바라볼 수는 있지만 가까이 갈 수는 없다. 그 간격 속에 빠져죽고 싶다. 산에 가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부럽다, 좋겠다, 팔자 죽인다고,,,, 생각해보면 두가지로 대분류된다 좋아서 즐기러 가는 사람, 아니면 무엇을 잊고 싶어서 몰입할 곳을 찿는 사람? 난 어디일까? 당초 지리산 벽소령을 예약했다 짙푸른 능선과 운해, 그리고 각 모퉁이 마다 나무와 바위들이 그리웠다 비가 많이 내린다는 예보에 접었다 그러나 일기예보는 계속 변화한다 결국은 비가 적게 내린단다 예보니까? 설악에서 하루를 묵고 싶었다 그래서 아내와 가볍게 떠났다 비가 내리는 대청에서 하루를 지내고 겨울에 가보고 싶었던 봉정암..

2014.06.04

저녁별 - 이정하

저녁별 - 이정하 너를 처음 보았을때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너를 바라보는 기쁨 만으로도 나는 혼자 설레였다 다음에 또 너를 보았을때 가까워 질 수 없는 거리를 깨닫고 한 숨 지었다 너를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충분 하다고 생각 했었는데 어느새 내 마음엔 자꾸만 욕심이 생겨 나고 있었던 거다 그런다고 뭐 달라질게 있으랴 내가 그대를 그리워 하고 그리워 하다 당장 숨을 거둔다 해도 너는 그자리 그대로 냉랭하게 나를 내려다 볼 밖에 내 어두운 마음에 뜬 별하나 너는 내게 가장 큰 희망이지만 큰 아픔이기도 했다 어머니 집에 핀 넝쿨장미입니다 비가 내리니 꽃잎이 지네요 오늘은, 서로에게 비판없이 아름다운 말로 경쟁하는 하루 되길 소망합니다

2014.06.03

기다림에 관하여!

요즘 몇 일은 기다림에 지친다 당사자 되시는 분들이야 더욱 더 하시곘지만, 모두가 기다림을 달고 산다! 아, 좋은 결말이 되어, 희망의 소식이 전해오기를 기도한다 그립다는것은 - 이정하 - 그립다는 것은 아직도 네가 내 안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지금은 너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볼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내 안 어느 곳에 네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내 안에 있는 너를 샅샅이 찾아내겠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다. 가슴을 도려내는 일이다. 기다린다는것 - 이평화 - 기다린다는건 움직이지 않는다는것 행여, 그대와 엇갈릴까봐서 움직이지 않는것 행여, 그대가 지나칠까봐서 어데도 갈수 없는것 어데요? 저기 오시나요? 아니요. 오실리 없으셔요. ..

2014.04.20

암릉 진달래

낮은 곳으로 이 정 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것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행복한 아침되세요!!!

2014.04.19

슬픔이 기쁨에게-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 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슬품과 기쁨을 의인화하여..

2014.04.08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빡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안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2014.04.07

우리가 가난한 연인이었을 때-이근화

우리가 가난한 연인이었을 때 - 이근화 - 시커멓게 볶은 오뎅과 쭈글쭈글 조려진 꽈리고추로 밥을 먹었다 숟가락 젓가락 하나씩 나눠 들고 못생긴 감자를 파먹었다 우리가 가난한 연인이었을 때 푸른 곰팡이 붉은 곰팡이도 꽃이었다 아무 데서나 마음이 꺾였고 은화를 줍듯 공들여 걸었다 긴 겨울밤을 자전거로 달렸다 쉭쉭 황소 같은 숨을 멈추고 얼음장을 들어 올렸다 두 손을 어찌할 줄 몰랐다 우리는 계속 가난한 연인이었고 돌아가는 바퀴가 우습고 질겼으며 출몰하는 다람쥐가 모두 새끼였다 가여웠다 쓰라렸다 우리가 가난한 연인으로서 별을 서로 만나게 했을 때 보라색 구름을 이어 붙일 때 골목길에서 딱딱한 어둠을 차버렸을 때

카테고리 없음 2014.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