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 144

가을/ 김현승

가을/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삶은 언제나 연속, 그것이 투쟁이건 행복이건,,,, 오늘은 꽃지에서 지는 해를 보면서 커피 두잔을 사서 혼자 대화하며 마셨습니다 내일은 출근? 엘가가 작곡가로 무명일때 아내가 많은 도움을 주었답니다 그가 아내를 위하여 바친 피아노곡, 사랑의 인사 지금은 편곡이 넘 많이요,,,, 우리 예식장 가면 가끔 듣는 곡입니다 행복하세요

2014.09.10

고독-김현승

고독 / 김 현 승 ​​ 너를 잃은 것도 ​ 나를​ 얻은 것도 아니다.​ ​ 네 눈물로 나를 씻겨주지 않았고 네 웃음이 내 품에서 장미처럼​ 피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 눈물은 쉽게 마르고 장미는 지는 날이 있다, ​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 너를 잃은 것을 너는 모른다, 그것은 나와 내 안의 잃음이다​ 그것은 다만......​​ (2013 년 가을 설악산 12선녀탕 계곡에서) 믿음이흔들리거나, 사라졌다면 잃은 것 아닐까... 만남은 믿음을 전제로 하고 있었는데, 그 믿음이 꺾였을 때 말이다. "네 눈물로 나를 씻겨주지 않았고 네 웃음이 내 품에서 장미처럼 피지도 않았다"라고 한 걸 보면, 기대와 많은 의지가 있었으리라 그래서 고독하고,,,, 그는 내가 버린 것을 모르고 살으니 더 아..

2014.09.02

길을 가다가 ... 이정하

길을 가다가 ... 이정하 때로 삶이 힘겹고 지칠 때 잠시 멈춰 서서 내가 서 있는 자리, 내가 걸어온 길을 한번 둘러보라. 편히 쉬고만 있었다면 과연 이만큼 올 수 있었겠는지. 힘겹고 지친 삶은 그 힘겹고 지친 것 때문에 더 풍요로울 수 있다.. 가파른 길에서 한숨 쉬는 사람들이여, 눈앞의 언덕만 보지 말고 그 뒤에 펼쳐질 평원을 생각해 보라.. 외려 기뻐하고 감사할 일이 아닌지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 ... 이정하 길은 내게 일렀다 이제 그만 돌아가라고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돌아기기엔 이미 너무 많이 걸어왔노라고 길 위에 서면 나는 서러웠다 갈 수도, 안 갈수도 없는 길이었으므로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걸어왔고 계속가자니 내게 이길을 왜 가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가는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허무..

농부이야기 2014.08.28

잎새에게 / 정호승

잎새에게 / 정호승 하느님도 쓸쓸하시다 하느님도 인간에게 사랑을 바라다가 쓸쓸하시다 오늘의 마지막 열차가 소리없이 지나가는 들녘에 서서 사랑은 죽음보다 강한지 알 수 없어라 그대는 광한루 돌담길을 홀로 걷다가 많은 것을 잃었으나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나니 미소로서 그대를 통과하던 밝은 햇살과 온몸을 간지럽히던 싸락눈의 정다움을 기억하시라 뿌리째 뒤흔들던 간밤의 폭풍우와 칼을 들고 설치던 병정개미들의 오만함을 용서하시라 우듬지 위로 날마다 감옥을 만들고 감옥이 너무 너르다고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나니 그대 가슴 위로 똥을 누고 가는 저 새들이 그 얼마나 아름다우냐 오늘 용봉산을 오르는데 나무잎도 가을색으로 변했네요 도토리는 마구 떨어지구요 추석이 지나면 깊은 가을로 달려갈듯 싶습니다 추억이 있는 게절의 문턱..

2014.08.24

그대에게 가는 길 / 오승강

그대에게 가는 길 / 오승강 내 마음속에 깃들인 그대 그대에게 가는 길은 누구도 가 본 적 없어 오늘도 걷는 길 정처 없습니다 찾아갈 길 어딘지 분간할 수 없습니다 가는 길 어디에나 불쑥 나타나던 막다른 길 그 길 서성이며 얼마나 울었는지요 울며 다시 돌아서던 그 길 위에 또 얼마나 막막한 그리움 남겨 두었던지요 힘들고 지쳐 어려울 때는 쓰린 그리움의 기억도 힘이 되었어요 새로운 길 만들며 그리움 하나 앞세워 온몸 던져 가는 길 그대에게 가는 길은 끝없습니다. 조상님들의 벌초를 새벽5시부터 시작하여 완료하고, 아내와 어머니가 준비한 식사를 마친 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손이 예초기질로 덜덜덜 떨립니다 물 한 잔 시원하게 마시고 쉬렵니다 예전에 낫으로 하던 시절, 차도 없이 이동하던 시절에는 얼마나 ..

2014.08.23

♡ 목마와 숙녀♡ / 박인환

♡ 목마와 숙녀♡ /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木馬)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少女)는 정원(庭園)의 초목(草木) 옆에서 자라고 문학(文學)이 죽고 인생(人生)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作別)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2014.08.13

즐거운 편지 / 황동규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 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비가 개인 후 깨끗한 용봉산을 다녀왔습니다 구름도, 바위도 아름답습니다 영화 편지의 소재가 되었던 시를 한편 올립니다

2014.07.26

내가 사랑하는 사람/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지난해에 안면도 다알리아축제에서,,, 제가 좋아 하는 사진 입니다 사랑에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무조건

2014.07.17

한 잎의 여자 ..오규원..

한 잎의 여자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숨결,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듯 보일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같은 여자, 슬픔같은 여자, 병신같은 여자, 시집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같이 슬픈 여자 행복한 하루 여시길......

2014.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