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 144

내게 사랑은 언제나 마지막이었다 - 박주택-

내게 사랑은 언제나 마지막이었다 - 박주택 - 나의 사랑도 절정으로 치달아 여름이 여름답고 꽃이 꽃다웠지만 저무는 나무 그림자 사이로 오는 저녁처럼 어둠도 어둠에 지쳐 아침을 기다린다 나를 따르는 풍경이며 말들이 나의 눈빛에 물들어 아름다웠을지라도 그 역시 내게 태어나고 싶지 않았을 것이네 어두운 겨울 얼음도 문을 닫고는 언 자신에게 눈독 들이는 겨울 내게 사랑을 베푼 것이 사랑 때문만이 아니라 내게서 뿜어대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도 아네 내게 사랑이라고 가르친 많은 것들이 지쳐 돌아가 남은 온기로 몸을 녹이고 있는 밤 나는 작별이 풍기는 향기에 감겨 커튼을 젖히고는 밖에다 사그라지는 나를 훤히 내놓네 이렇게 죽을 수도 있고 이렇게 살 수도 있다고 2014. 03.16 용봉산 용봉폭포에서,,,, 고요한 ..

2014.03.17

혼자사랑 -도종환 -

혼자사랑 - 도종환 - 그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그대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어요 크고 작은 일들을 바쁘게 섞어가며 그대의 손을 잡아보고 싶어요 여섯 속에 섞여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러다가 슬그머니 생각을 거두며 나는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꽃이 피기 전 단내로 뻗어오르는 찔레순 같은 오월 아침 첫 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같은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그러나 나의 사랑이 그대에게 상처가 될까봐 오늘도 말 안하고 달빛 아래 돌아와요. 어쩌면 두고 두고 한번도 말 안하고 이렇게 살게되지 생각하며 혼자서 돌아와요. 2013년 세석 2013년 제석봉 운해

2014.03.15

파꽃

사랑하는 별 하나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 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 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대파가 꽃을 피웠습니다)

농부이야기 2014.03.11

3월의 시 모음

3월/오세영 흐르는 계곡 물에 귀기울이면 3월은 겨울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만발한 진달래 꽃숲에 귀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새순을 움 틔우는 대지에 귀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3월/나태주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새..

2014.03.03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 - 유진하 시인 -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 - 유진하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가슴 흐린날에는 당신이 지어주신 그리움을 읽고 눈부시게 맑은 날에는 점하나만 찍어도 알 수 있는 당신의 웃음을 읽고 저녁창가에 누군가 왔다가는 소리로 빗방울 흔들리는 밤에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담긴 기다림 읽어내는 내 생애 가장 소중한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바람 지나면 당신의 한숨으로 듣고 노을 앞에서면 당신이 앓는 외로움 저리도 붉게 타는구나 콧날 아리는 사연으로 다가오는 삼 백 예순 다섯통의 편지 책상 모서리에 쌓아두고 그립다 쓰지않아도 그립고 보고싶다 적지않아도 우울한 내 생애 가장 그리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여태껏 한번도 부치지 못한 편지는 당신..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당신이 괜찮은 척 하는 만큼 나도 괜찮은 ..

2014.02.18

겨울 사랑 -박노해 -

겨울 사랑 /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2014.02.10

행복해진다는 것-류시화

행복해진다는 것 ... - 류시화 -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그런데도 그온갖 도덕 온갖 계명을 갖고서도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네. 그것은 사람들 스스로 행복을 만들지 않는 까닭. 인간은 선을 행하는 한 누구나 행복에 이르지. 스스로 행복하고 마음 속에서 조화를 찾는 한. 그러니까 사랑은 유일한 가르침 세상이 우리에게 물려준 단 하나의 교훈이지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그렇게 가르쳤다네. 모든 인간에게 세상에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의 가장 깊은 곳 그의 영혼 그의 사랑하는 능력이라네 보리죽을 떠먹든 막있는 빵을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휘감은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 있는한 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렸고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이었다..

2014.02.04

첫사랑- 류시화

첫사랑- 류시화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난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힌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놓은 걸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카테고리 없음 2014.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