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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 나태주

기도 / 나태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항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가끔은 지난 시간을 지우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지워버리면, 지금의 나는 없기에 아쉬움으로 남깁니다 알지 못했던 부분들,,,, 여기서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서툰 저의 삶의 발자국에, 등불처럼 ..

2022.12.09

빈집 / 기형도

빈집 / 기형도 ​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는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12월의 첫날 입니다 2022년 마무리와 새로운 2023년의 준비로 바쁜 시간입니다 기쁨과 슬픔, 고통이 함께 머물렀지만, 또 삶에 유익한 약으로 여기며, 깨닫습니다 우리의 삶은 사랑하며 살기에도 너무 짧지만, 증오하기 살기에 너무 길다는 어느 시인의 글이 생각납니다 마음에 모닥불 하나 피워보는 12월 되십시요

2022.12.01

선암사 늦가을의 추억

늦가을이 무거워지는 날, 선암사에 들렸습니다 참 오랫만에 방문으로 들떴지만,,,, 단풍은 저를 끝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떠났습니다 선암사 /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선암사 낙엽들은 해우소로 간다 / 정호승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떨어질 때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왜 낮은데로 떨어지는지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낙엽..

2022.11.22

찬란했던 인제 자작나무숲의 가을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것은 아닙니다. 먼저 사랑을 건넨 일도 잘못이 아닙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먼저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진정으로 사랑하여 가장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 됩시다. 산에게 나무에게 / 김남조 산은 내게 올 수 없어 내가 산을 찾아갔네 나무도 내게 올 수 없어 내가 나무 곁에 섰었네 산과 나무들과 내가 친해진 이야기 산은 거기에 두고 내가 산을 내려왔네 내가 나무를 떠나왔네 그들은 주인자리에 나는 바람 같은 몸 산과 나무들과 내가 이별한 이야기 의자 / 김남조 세상에 수많은 사람 살고 사람 하나에 한 운명 있듯이 바람도 여러 바람 그 하나마다 생애의 파란..

2022.11.16

오늘 너를 만나 / 나태주

오늘 너를 만나 / 나태주 가다가 멈추면 그 곳이 끝이고 가다가 만나면 그 곳이 시작이다 오늘도 나 가다가 다리 아프게 가다가 멈춘 자리 그 곳에서 너를 만났지 뭐냐 너르 만나서 나 오늘 얼마나 좋았는지 행복했는지 사람들은 모를 거다 하늘 높고 푸른 가을 하늘만이 알 것이다 이 늦가을의 길 어디에선가, 주저앉아 쉬고 싶었습니다 침엽수 단풍처럼 바람에 실려서 사방으로 떠나도록,,, 누군가와 이 숲길을 함께 걸었고, 다음, 봄을 기다립니다

2022.11.12

법정스님 거처를 다녀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서,길의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워진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은 일의 결과, 세상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의 연금술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는 것,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 수많은 의존과 타성적인 관계에..

2022.11.11

가을 고백 / 나태주

가을 고백 / 나태주 가을입니다 버리지 못할 것을 버리게 하여 주옵소서 가을입니다 잊지 못할 일을 잊게 하여 주옵시고 용서하지 못할 것들을 용서하게 하여 주시고 끝내 울게 하여 주소서 가을입니다 다시 잠들게 하시고 새롭게 꿈꾸게 하소서 틀채로 잡을 것 같이 가까이 있던 가을이 입동을 앞두고 있다 지나면 잊혀질지도 모르는 것을 잡지 말아야지,,,! 파릇파릇했던 봄날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또 한계절이 지나면 그리움이 길이 되어 가겠죠!

2022.11.06

황매산 억세밭 추억

선한 영향력이 있으니 / 박노해 자신 안에 자리한 악의 능력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자가 있다 자신 안에 커오는 선의 능력을 쉬임 없이 고무시키는 자가 있다 그는 어느 쪽인가 나는 어느 쪽인가 악은 선을 삼켜야만 연명할 수 있으니 선은 악에 맞서야만 커나갈 수 있으니 그러니 선한 이여 악에게 자신을 내어주지 마라 위선을 떨치고 선함을 지켜라 진실로 선한 사람은 나쁜 사회에서도 자기 영혼을 잃지 않고 좋은 삶을 사는 사람 아무리 작아도 선한 존재는 그 자체로 어두운 세상의 등불이니 아무리 무력한 듯해도 선한 사람은 선한 존재 자체로 내뿜는 영향력이 있으니 진실로 선하게 끝까지 선하게 풀꽃 / 남정림 누가 너를 보잘것 없다 했느냐 잠깐 피었다 지는 소임에 실핏줄이 휜히 드러나도록 솜털이 요동칠 정도로 있는 힘..

2022.11.03

설악산 대승령 너머, 십이선녀탕 단풍 트래킹

단풍 / 이영도 ​ 너도 따라 여기 황홀한 불길 속에 사랑도 미움도 넘어선 정이어라 못내 턴 그 청춘들이 사뤄 오르는 저 향로! 0, 산행경로 : 장수대-대승폭포-대승령-십이선녀탕계곡-남교리-원점회귀 0, 일 시: 2022.10.19 장수대계곡은 좀 덜 들었습니다 대승폭포 위에 단풍이 아주 고왔습니다 폭포 너머 계곡으로 넘어갑니다 아름답습니다 이곳도,,, 대승령으로 가는 길에도 단풍이 곱습니다 작년에도 벼로였는데 금년은 횡재한 기분 입니다 천천히 즐기며 걷다보니 대승령입니다 선녀탕계곡으로 내렵갑니다 제 친구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약속을 남기고,,,, 계곡의 단풍은 다 지고,,,, 물소리를 벗 삼아서 걷습니다 폭포에 도착입니다 금년에는 딱 맞았습니다 ㅎㅎ 반짝이는 단풍에 넋을 놓고 즐겨봅니다 매년 지나면서 ..

2022.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