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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에게 / 정호승​

가난한 사람에게 / 정호승 ​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 밖에 등불하나 내어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마음 하나 창밖에 걸어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갑니다 폭풍처럼 몰려왔던 감정도 차분해지는 시간입니다 슬픔의 목소리, 삶의 열정에서 응어리져서 나오던 그의 울림,,,! 삶은 사랑받으면 피어나는 꽃 입니다

2023.04.08

먼 훗날에도 우리는 / 유안진

먼 훗날에도 우리는 / 유안진 먼 훗날에도 우리는 서로 눈에 어리는 아지랑일까 앞머리 헝클리는 봄 바람일까 여름 볕에 뼈가 시려 진땀 나는 고독일까 왈칵왈칵 울고가는 먹구름일까 비 오는 밤 유리창에 젖어 우는 낙엽일까 눈사태로 퍼붓는 한숨일까 탄식일까 나에겐 아직도 허망의 꿈이 되는이여 훗날 먼 훗날에도 우리는 서로 잠 없는 별일까 새벽마다 어룽지는 풀잎의 이슬일까 봄비가 참 감사함으로 다가 옵니다 가뭄도, 산불도, 먼지나던 세상도,,,, 이슬비처럼 내리는 풍경 아래 삭아듭니다 감사함으로 살고자 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으니, 매일 감사함으로 채우려 합니다

2023.04.06

4월 의시/이해인

4월 의시/이해인 꽃무더기 세창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재일인양 활짝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 스레 두눈으로 볼수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 향기 느낄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이 가득한 사원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봄을 느끼며 가준터치 도록 이봄을 줄기며 두발로 부르트도록 꽃길을 걸어볼 랍니다 내일도 내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월이 문을 엽니다 4월의 첫 날 새벽을 열어 봅니다 참 오랫만으로 산행을 준비합니다 한번 산을 오른 사람은, 다른 산을 오를 방법을 알고 있기에 낡설지는 않습니다 신은 언제나 계획이 있으시고, 일 하십니다 조금은 힘들어도 두 주먹 꽉 쥐고 ..

2023.04.01

늙은 매화나무 아래서 / 김시천

늙은 매화나무 아래서 / 김시천 늙은 매화나무 아래서 백발 노옹 한 말씀 하신다 내가 평생 거름 져 날라 살렸더니 저도 나를 먹여 살리네요 그 말씀 꽃보다 향기롭고 열매보다 실하구나 늙은 매화나무 아직 정정한 꽃 피는 봄날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 지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 김용택, 섬진강 매화꽃 보셨는지요 중에서,,,-- 찾아가는 날이 비가 내렸습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좀 적었지만, 곰탕인 하늘이 야속합니다 3년만에 두번 찾아와서 보고 가는 지리산 화엄사 홍매화 입니다

2023.03.25

매화 앞에서 / 이해인

매화 앞에서 / 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신념 , 세상에 ..

2023.03.18

봄, 섬, 신안 승봉산 산행

0, 산행코스 : 노만사입구(수곡리)~노만사~오리바위~마당바위~큰봉산~수곡고개~승봉산(356m)~만물상~암태중학교 0, 산행거리 : 8km / 산행시간 : 루루랄라4:30분 0, 산행난이도 : 중~하 0, 보너스 : 산행후 무한의다리 트래킹 0, 동행 : 홍성토요산악회 0, 산행지도 지나는 길에 보너스,,,! 코로나로 디지게 앓고, 인생사 복잡하게 살려고, 포스터 붙이고, 오랫만에 산행입니다 고즈넉한 산사 입니다 고창 선운사 입구에도 있는 송악 입니다 봄의 전령사들이 반겨 줍니다 오리바위와 조망 사찰에서부터 다음 승봉산 정상까지 동행하신 믹스 진녀!!! 진달래, 현호색. 노루귀 눈이 호강하는 하루 입니다 참 많이 피었습니다 하산합니다 지천으로 깔린 토복령 열매 대장의 열정,,,,, 하산하는 길가에서 할미..

2023.03.12

잃어 가는 것 / 김윤진

잃어 가는 것 / 김윤진 이런저런 생각에 치여 누구에게도 내어줄 여유가 없고 만나면 돌아갈 시간을 계산하는 이룰 수 없는 사이가 연민으로 동여맸을까 맥없는 한숨도 부질없음을 안다 그럼에도 놓지 못하는 심정을 충분히 동참하고 헤아렸을까 그만 미련의 자리를 내어주렴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다 그러나 못 보니 멀어지고 멀어지니 새삼스러워 그렇게, 그렇게 산다는 것은 하나, 둘 잃어 가는 거라지 봄, 희망은 우리가 살아지는 이유 입니다 기다림으로, 내일의 희망으로, 찿아가는 시간 입니다 한 주간 달려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2023.02.24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뒤에서 팽팽한 바람이 멧새의 발목을 툭, 치며 다시 더 큰 여백을 일으켜 막막궁산 오솔길로 사라진다 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있는 둥근 여백이여 뒤안길이여 모든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여 여백이란 쓸쓸함이구나 쓸쓸함 또한 여백이구나 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 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 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 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 아니면 네 발 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

2023.02.22

이 풍진 세상 / 허소라

이 풍진 세상 / 허소라 우리가 굳이 떠밀지 않아도 겨울이 떠나고 우리가 굳이 손짓하지 않아도 봄은 이렇게 절룩이며 오는데 개나리 진달래 흐드러지게 피는데 그러나 그 어느 곳에도 구경꾼은 없더라 팔짱 낀 구경꾼은 없더라 지난 폭설이나 산불에도 온전히 죽지 못하고 썩지 못한 것들 마침표 없이 출렁이는 저 파도 속에 비로소 그 큰 눈을 감는데 아무도 구경꾼은 없더라 그때 우는 모두는 아우성이었으므로, 그 속의 골리앗이었으므로. 어제는 고향집에 가서, 어릴적에 놀던 실개천 뚝으로 산책을,,,, 많은 사람이 다니고, 경작하던 곳이 수풀이 무성하여 조금은 난감했다 길가의 큰 장송도 고목이 되어 썩어지며, 흙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 이곳에도 놀라운 기적이 선물처럼 찾아오기를 소망합니다

202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