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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해미향교의 가을

오래된 가을 / 천양희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 본 적이 있는가 ​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 본 적이 있는가 ​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적이 있는가 ​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어 본 적이 있는가 ​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 증오보다 사랑이 조금 더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그런 날이 있는가 ​ 가을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 보라, 추억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다 아픔없이 살아온 삶이 없듯이 아쉬움도 곳곳에 많습니다 낙엽의 바스락 소리에 시간이 가고, 늦가을 임을 느낍니다 시간은 많은 것을 무디고, 덤덤하게 합니다 만추의 풍경을 걸으며 생각해봅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사람의 간절한 기도는 무엇일까요? 훌훌 벗어 버리..

2023.11.14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움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별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

2023.11.12

만추 / 나태주

만추 / 나태주 돌아보니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사랑했던 날들 좋아했던 날들 웃으며 좋은 말 나누었던 날들만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 등 뒤에서 펄럭, 또 하나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제 28돐을 맞는 농업인의 날 입니다 농업이 국민 경제의 바탕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자부심을 키우며 그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한 날로 제정한 목적 입니다 식량 자급율 20%에 못미치는 나라에서,,,, 기후 위기와 전쟁 등의 엄청난 위기에서,,,, 먹거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흙을 지키고 생명을 가꾸시는 농업인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아내의 수고와 가족의 협력으로 2일간의 김장을 마쳤습니다 깊어 가는 가을, 물안개 피어 오르고, 추워지는 날씨입니다 내일보다 오늘이 더 행복하십시요

2023.11.11

내가 사랑하는 계절 / 나태주

내가 사랑하는 계절 / 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개끔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時祭 지내려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對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 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 가을 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2023.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