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27

계묘년 새해 강건하십시요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물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아닌 시인이라고. 꽃 피기 전 봄산처럼 꽃 핀 봄산처럼 꽃 지는 봄산처럼 꽃 진 봄산처럼 나도 누군가의 가슴 한번 울렁여 보았으면 --- 함민복, 마흔번째 봄--- 언제나 시작은 다짐이 필요합니다 첫날의 다짐은, 우리의 삶을 채우고, 느끼며, 노니는 풍성함이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입니다 저의 작은 공간에 오시는..

2023.01.01

새벽은 새벽에 눈 뜬 자만이 볼 수 있다

새벽은 새벽에 눈 뜬 자만이 볼 수 있다 새벽은 새벽에 눈뜬 자만이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새벽이 오리라는 것은 알아도 눈을 뜨지 않으면 여전히 깊은 밤중일 뿐입니다. 가고 오는 것의 이치를 알아도 작은 것에 연연해 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면 여전히 미망 속을 헤맬 수 밖에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활용할 준비를 해야 됩니다. 우리는 '끝없는 사랑과 창조' 라는 우주의 섭리에 의해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그 탄생을 위해 공기, 풀, 나무, 햇빛, 바람 등 수 많은 생명이 동참했습니다. 또 앞으로도 수 많은 생명이 우리의 성장을 위해 동참할 것입니다. 우리 또한 그렇게 사랑하고 창조하다 가야 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자기의 모든 것을 헌신할 만한 삶의 목적이나 대상을 발견한 사..

2022.06.21

그때는 몰랐습니다 / 김현태

그때는 몰랐습니다 / 김현태 이마에 막 꽃 피기 시작한 여드름 하나 그것이 아픔의 시작인 줄 몰랐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소국 한 송이 필 즈음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 한다는 사실도 차마 몰랐습니다 하나, 둘 여드름이 이마의 벌판을 지나 눈썹타고 급기야 얼굴 전체에 붉은 꽃밭으로 만발할 때 내 얼굴 속에 또 다른 얼굴이 존재함을 그리하여 가슴 벅차고 때론 젊은 날의 호흡이 서럽도록 느슨해 지고 나약해 짐을 또 그리하여 내가 나를 미워하고 내가 차라리 하염없이 무너지고 있음을 그때는 차마 몰랐습니다 어디서 부터 시작된 지도 모르는 작은 불씨 하나가 내 생의 전부를 무너뜨리고 마는 자꾸만 자꾸만 피어오르는 그 열병이 내가 이 세상에 살아가는 이유가 될 거라고 그때는 정말, 까막득히 몰랐던 것입니다 백신 3차 ..

2021.12.18

아침 / 강은교

아침 / 강은교 이제 내려놓아라 어둠은 어둠과 놀게 하여라 한 물결이 또 한 물결을 내려놓듯이 또 한 슬픔을 내려놓듯이 그대는 추억의 낡은 집 흩어지는 눈썹들 지평선에는 가득하구나 어느 날의 내 젊은 눈썹도 흩어지는구나. 그대, 지금 들고 있는 것 너무 많으니 길이 길 위에 얹혀 자꾸 펄럭이니 내려놓고, 그대여 텅 비어라 길이 길과 껴안게 하여라 저 꽃망울 드디어 꽃으로 피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고 욱 한다면, 제 마음의 수양이 아직도 멀은 거겠죠? 깊고 큰 울림이 있는 삶을 원하지만, 멀기만 합니다 번잡한 마음을 털려고,,,, 새벽 산으로 떠납니다

2021.10.21

희망이란?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있다 마치 땅 위에 길과 같아서 처음엔 보이지 않지만 걸어가는 사람이 많으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 2021년 첫 출근을 앞두고 마음을 준비합니다 이 사회에 길이 있음을 믿고, 함께 걷기를 소망합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일상적인 일보다,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 오는 큰 희망으로, 사랑으로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2021.01.03

태백산 여명

새벽에 / 마종하 찬 공기를 빨아 마시고 손끝까지 취하는 물을 마시니 저 잠겨 있는 숲의 침묵을 이해하겠다. 새벽 햇빛 속에서 비어가는 나의 즐거움. 숲길에 서면 흐린 눈은 안으로 밝아진다. 침묵의 때가 빠지고 저마다 희게 뿜어내는 입김. 그래도 뜨거움은 있는 거야. 골병 든 이의 피가 조금씩 풀어지는 때, 눈물은 부풀어 빛난다. 깃발들이 젖은 기둥에 걸려 있고 바람은 가슴 깊이 고인다. 숨어서 바라는 이들의 꿈. 긴 시간의 매듭 끝에 풀려 나오는 자유. 봄날의 햇살 속에서 나의 침묵은 밝아간다. 저마다의 삶에는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이 있다. 무슨 일이 있었으며 왜 그러한 일이 발생했는가? 지나간 시간 속에서 나는 어디에 있었으며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 과거부터의 많은 내 모습이 지금 나와 함께 있..

2020.01.11

다시, 아침!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에서 키팅 선생은 말합니다 의술, 법률, 사업, 기술, 이 모두 고귀한 일이고 생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이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라고,,,, --- 사는게 뭐 이러냐고, 그래요 잊어서는 안되는 거였습니다 잊을 수 없는 것은 어차피 잊히지가 않는 법, 잊은 줄 알았다가도 잊혔다 믿었다가도 그렇게 그렁 고여온 그리움들이 여민 가슴 틈새로 툭 터져 나오고, 그러면 그제야 비로소 인정하게 되는 겁니다. 시와 아름다움과 낭만과 사랑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여야 한다는 것을.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님 서문에서 --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

2015.10.11

또 한번의 기도 .... 김재진

또 한번의 기도 .... 김재진 내가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를 더 외롭게 하는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내가 나를 그리워하는 그 누군가 에게 떠올리기만 해도 다칠듯한 아픔으로 맺히는 대상이 되지 않게 하소서 순간을 머물다 세상과 멀어진다 해도 눈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미소로 남으며 내게 기대는 그 누군가에게 그 자리에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고마운 존재가 되게 하소서. 아파트 옥상에서 대흥산에 타오르는 일출을 봅니다 오늘, 모든 이들의 가슴에 저 태양이 함께 하소서!

2015.07.07

덕담 - 도종환

덕담 - 도종환 지난해 첫날 아침에 우리는 희망과 배반에 대해 말했습니다 설레임에 대해서만 말해야 하는데 두려움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산맥을 딛고 오르는 뜨겁고 뭉클한 햇덩이 같은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않고 울음처럼 질펀하게 땅을 적시는 산동네에 내리는 눈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오래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느티나무에 쌓이는 아침 까치소리 들었지만 골목길 둔탁하게 밟고 지나가는 불안한 소리에 대해서도 똑같이 귀기울여야 했습니다 새해 첫날 아침 우리는 잠시 많은 것을 덮어두고 푸근하고 편안한 말씀만을 나누어야 하는데 아직은 걱정스런 말들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올해도 새해 첫날 아침 절망과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 이해인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

2015.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