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습니다 / 김현태

농돌이 2021. 12. 18. 21:11

그때는 몰랐습니다 / 김현태

 

이마에 막 꽃 피기 시작한

여드름 하나
그것이 아픔의 시작인 줄 몰랐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소국 한 송이 필 즈음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 한다는 사실도
차마 몰랐습니다
 
하나, 둘 여드름이
이마의 벌판을 지나 눈썹타고
급기야 얼굴 전체에
붉은 꽃밭으로 만발할 때
내 얼굴 속에 또 다른 얼굴이 존재함을
 
그리하여 가슴 벅차고
때론 젊은 날의 호흡이 서럽도록
느슨해 지고 나약해 짐을
또 그리하여 내가 나를 미워하고
내가 차라리 하염없이 무너지고 있음을
 
그때는 차마 몰랐습니다
어디서 부터 시작된 지도 모르는
작은 불씨 하나가
내 생의 전부를 무너뜨리고 마는
 
자꾸만 자꾸만
피어오르는 그 열병이
내가 이 세상에 살아가는 이유가 될 거라고
그때는 정말, 까막득히 몰랐던 것입니다

백신 3차 접종 후 2일차 입니다

열은 내렸는데,,,, 팔이 엄청 아풉니다

 

집에 있으니, 

우리는 사람 안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평범함을  다시 배웁니다

급하게 달리던 마음의 엔진도 끄고,,,,

경험할 수 없는 순간을 즐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