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 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 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 처럼 겨울 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오늘은 30여년을 한 직장에서 일하며, 정년을 하시는 분들을 배웅했습니다
코로나로 최소 인원만이 모여서 석별의 정을 나누었습니다
그들을 보내는 자리에 앉아서,
지나온 시간 시간이 회상되고, 뜨겁던 시간이 추억이 되어 흘렀습니다
장정을 함께 한 가족의 이별이 아쉽고,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또 울었습니다
청춘을 묻어주신 두 분, 참 감사했습니다.
남은 자들은 우리가 꿈꾸었던 길로 걸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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