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106

가을의 기도 / 이해인

가을의 기도 / 이해인 가을이여 어서 오세요 가을 가을 하고 부르는 동안 나는 금방 흰 구름을 닮은 가을의 시인이 되어 기도의 말을 마음속에 적어봅니다 가을엔 나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 바람을 잡아 그리움의 기도로 키우며 노래하길 원합니다 하루하루를 늘 기도로 시작하고 세상 만물을 위해 기도가 멈추지 않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발길이 산길을 걷는 수행자처럼 좀 더 성실하고 부지런해지길 원합니다 선과 진리의 길을 찾아 끝까지 인내하며 걸어가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언어가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처럼 맑고 담백하고 겸손하길 원합니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맑고 고운 말씨로 기쁨 전하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긴 무더위와 장마의 8월, 생활하시느라 애쓰셨..

2023.08.31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안뜰에 작은 꽃밭을 일구어 꽃씨를 뿌리고 싶다. 손에 쥐면 금방 날아갈 듯한 가벼운 꽃씨들을 조심스레 다루면서 흙냄새 가득한 꽃밭에 고운 마음으로 고운 꽃씨를 뿌리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새들의 이야기를 해독해서 밝고 맑은 시를 쓰는 새의 시인이 되고 싶다.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2023.04.04

4월 의시/이해인

4월 의시/이해인 꽃무더기 세창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재일인양 활짝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 스레 두눈으로 볼수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 향기 느낄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이 가득한 사원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봄을 느끼며 가준터치 도록 이봄을 줄기며 두발로 부르트도록 꽃길을 걸어볼 랍니다 내일도 내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월이 문을 엽니다 4월의 첫 날 새벽을 열어 봅니다 참 오랫만으로 산행을 준비합니다 한번 산을 오른 사람은, 다른 산을 오를 방법을 알고 있기에 낡설지는 않습니다 신은 언제나 계획이 있으시고, 일 하십니다 조금은 힘들어도 두 주먹 꽉 쥐고 ..

2023.04.01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이해인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이해인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신뢰와 용기로써 나아가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월의 보름달만큼만 환하고 둥근 마음 나날이 새로 지어먹으며 밝고 맑게 살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너무 튀지 않는 빛깔로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서는 이웃 그러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뜨거운 진실로 앞서는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랜 기다림과 아픔의 열매인 마음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화해와 용서를 먼저 실천하는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롭게 이어지는 고마움이 기도가 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 지루함을 모르는 "기쁨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2023.01.22

바닷가에서 / 이해인

바닷가에서 / 이해인 오늘은 맨발로 바닷가를 거닐었습니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한번은 하느님의 통곡으로 한번은 당신의 울음으로 들렸습니다 삶이 피곤하고 기댈 데가 없는 섬이라고 우리가 한 번씩 푸념할 적마다 쓸쓸함의 해초도 더 깊이 자라는 걸 보았습니다 밀물이 들어오며 하는 말 감당 못할 열정으로 삶을 끌어안아보십시오 썰물이 나가면서 하는 말 놓아버릴 욕심들은 미루지 말고 버리십시오 바다가 모래 위에 엎질러놓은 많은 말을 다 전할 순 없어도 마음에 출렁이는 푸른 그리움을 당신께 선물로 드릴께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슬픔이 없는 바닷가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로 춤추는 물새로 만나는 꿈을 꾸며 큰 바다를 번쩍 들고 왔습니다 희망이 넝쿨처럼 자라서 벽을 덮고, 집을 덮는 담쟁이처럼 힘이 되는 저녁되십시요

2023.01.11

노을 / 나태주

노을 / 나태주 방 안 가득 노래로 채우고 세상 가득 향기로 채우고 내가 찾아갔을 때는 이미 떠나가버린 사람아 그 이름조차 거두어가버린 사람아 서쪽 하늘가에 핏빛으로 뒷모습만 은은하게 보여줄 줄이야. 지난 해 12월 31일에 간월암으로 해넘이 다녀왔습니다 지니고 있다가,,,, 마음속에 두었던 것들은 , 지난주 마무리 하고 해넘이 합니다 살아있는것 자체가 희망이라고 옆에 있는 사람이 다 희망이라고 내게 다시 말해주는 나의 작은 희망의 당신 고맙습니다 --- 희망은 깨어있네, 이해인 ---

2023.01.08

감사와 행복 / 이해인

감사와 행복 / 이해인 ​ 내 하루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한 해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그리고 내 한 생애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되도록 감사를 하나의 숨결같은 노래를 부르고 싶다. 감사하면 아름다우리라, 감사하면 행복하리라. 감사하면 따뜻하리라. 감사하면 웃게되리라. ​ 감사가 힘들 적에도 시를 읊듯이 항상 이렇게 노래 봅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살아서 하늘과 바다와 산을 바라볼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하늘의 높음과 깊음을 통해 오래오래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삶에서 책임을 맡고서는 기도의 제목이 바뀌었습니다 ---- --- 시작도, 끝도 보잘 것 없지만,,, 제 기도를 들어 주십시요

2022.09.16

달빛 기도 / 이해인

달빛 기도 / 이해인 ​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 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 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멀리서 친구가 추석 인사로 보내온 시 입니다 멋진 명절 입니다 저녁에 보름달이 뜨면 좋겠습니다

2022.09.10

인연의 잎사귀 / 이해인

인연의 잎사귀 / 이해인 수첩을 새로 샀다 원래 수첩에 적혀있던 것들을 새 수첩에 옮겨 적으며 난 조금씩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어느 이름은 지우고 어느 이름은 남겨 둘 것인가 그러다가 또 그대 생각을 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혀지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언젠가 내가 바람 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이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이 있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까닭이다 두고두고 떠올리며 소식 알고픈 단 하나의 사람 내 삶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 남겨준 사람 슬픔에서 벗어나야 슬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듯 그대에게 벗어나 ..

202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