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연의 잎사귀 / 이해인삶 2022. 7. 19. 20:44
인연의 잎사귀 / 이해인
수첩을 새로 샀다
원래 수첩에 적혀있던 것들을
새 수첩에 옮겨 적으며 난 조금씩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어느 이름은 지우고
어느 이름은 남겨 둘 것인가
그러다가 또 그대 생각을 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혀지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언젠가 내가 바람 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이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이 있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까닭이다
두고두고 떠올리며
소식 알고픈 단 하나의 사람
내 삶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 남겨준 사람
슬픔에서 벗어나야
슬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듯
그대에게 벗어나
나 이제 그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아네
처음부터 많이도 달랐지만
많이도 같았던 차마 잊지 못할
내 소중한 인연이여아무리 어둡고, 힘든 길이라도,,,
나 이전에 이 길을 지나갔을 겁니다
오늘은 내 마음에 작은 가시 하나 뽑아 보렵니다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령호 버드나무 아래서 (8) 2022.07.23 새 / 김지하 (4) 2022.07.20 어머니를 뵙고 오면서,,, (7) 2022.07.18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문정희 (5) 2022.07.11 태안 캄파밀레에서 수국과 함께 즐겨봅니다 (6) 2022.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