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호 버드나무 아래서

농돌이 2022. 7. 23. 07:07

호수 /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숫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같이 떨던 것이

이렇게 고요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속에 지니는 일이다

신혜선씨 주연의 영화 결백을 촬영한 나무 아래서 커피 한 잔 했습니다

보령호의 넓은 품에 잠시 쉬어 갑니다

 

순간 순간 다가오는

어떠한 형태의 행복도 미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다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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