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삶 2015. 6. 26. 23:33
사랑 / 정호승 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 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 내 영혼이 가난 할 때 부르는 노래 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 모든 애인들이 끝끝내 지키는 깨끗한 눈물 오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날보다 원망하는 날들이 더 많았나니 창밖에 가난한 등불 하나 내어 걸고 기다림 때문에 그대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대를 기다리나니 그대는 결국 침묵을 깨뜨리는 침묵 아무리 걸어가도 끝없는 새벽길 새벽 달빛 위에 앉아 있던 겨울산 작은 나뭇가지 위에 잠들던 바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던 사막의 마지막 별빛 언젠가 내 가슴 속 봄날에 피었던 흰 냉이꽃.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읺는다. ..
-
동 행 / 김재진산 2015. 6. 26. 11:55
동 행 / 김재진 절망이 내게 문자를 보낸다 나는 절망의 메세지를 읽는다 불안이 내게 문자를 보낸다 나는 불안이 보낸 메세지를 읽는다 읽고 버린다 그대의 암은 그대의 두령움이 그대에게 보낸 문자 그대의 모든 상처와 그대의 모든 병은 그대의 소외와 그대의 공포가 그대에게 보낸 문자 그들이 보낸 메세지를 우리는 해독 할 수 없다 기쁨과 고통이 함께 우리의 동반자지만 우리는 그들의 동행을 이해할 수 없다 상처와 치유가 함께 우리의 동반자지만 우리는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느 날 설악산 공룡능선을 지나다가 보았습니다 여름이 왔으니 다시 그 길로 가보렵니다
-
사랑하는 이유 / 이정하삶 2015. 6. 23. 21:30
사랑하는 이유 / 이정하 그대 내게 왜 사랑하는가 묻지 마십시오. 내가 그대를 사랑함에 있어 별다른 까닭이 있을 수 없습니다.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듯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그대 내게 왜 사랑하는가 묻지 마십시오.공기가 있으니 호흡을 하듯 내가 그대를 사랑함에 있어별다른 이유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저 그대가 좋으니 사랑할 밖에.그저 그대가 사랑스러우니 사랑할 밖에 꽃잎의 사랑 .... 이정하 내가 왜 몰랐던가,당신이 다가와 터뜨려 주기 전까지는꽃잎 하나도 열지 못한다는 것을.당신이 가져가기 전까지는내게 있던 건 사랑이 아니니내 안에 있어서는사랑도 사랑이 아니니아아 왜 몰랐던가,당신이 와서야 비로소 만개할 수 있는 것.주지 못해 고통스러운 그것이 바로사랑이라는..
-
노래 / 김재진산 2015. 6. 23. 09:28
노래 / 김재진 떠오르는 그 순간 말하라 늦지 않도록 내 마음속에 그대가 있다고 말하라 버려도 버려도 내 안을 맴도는 버릴 수 없는 단 한각지가 있다고 말하라 늦지 않도록 말하라 바람을 타고 흘러가 어젯밤 내가 부르던 노랫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기 전에 그 산에 다시 갈 수 있을까? / 김재진 사랑하지 않기 위해 사랑을 감추고 마음 아프지 않기 위해 마음을 감추고 더 이상 감출 것 없는 생의 끝에서 끊어진 울음 따라 마음 누르는 내가 숨 가쁜 탄식이라면 오래된 탄식이 만날 침묵이라면 내가 바친 기도는 메마른 숲 아무것도 더 해 볼 수 없어 울음 누를 때 늦도록 꽃 못 피운 산이라네
-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책 2015. 6. 21. 23:50
사랑을 묻거든 / 김재진 사랑을 묻거든 없다고 해라 내 안에 있어 줄어들지 않은 사랑은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이니 누가 사랑했냐고 묻거든 모르겠다고 해라 아파할 일도 없으며, 힘들어할 일도 없으니 누가 사랑 때문에 눈물 흘리거든 나를 적시며 흘러가 버린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강물이라 해라 조금 더 위로가 필요할 때 / 김재진 한 마디 말에 상처 받고 한 마디 말에 문 닫아건다 해도 마음은 희망을 먹고 산다 꽃 만진 자리에 향기가 남아 있듯 묻어 있는 아픈 흔적 지우기 위해 지금은 조금 더 위로가 필요한 때 카랑코에 떡잎이 햇볕을 먹고 살듯 마음은 기쁨을 먹고 산다. 행복한 상태에선 더 보탤 것 없으니 지금은 조금 더 미소가 필요한 때 마음은 위로를 먹고 산다
-
정호승 시모음삶 2015. 6. 20. 06:37
새벽 기도 - 정호승 이제는 홀로 밥을 먹지 않게 하소서 이제는 홀로 울지 않게 하소서 길이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을 열어 주시고 때로는 조그만 술집 희미한 등불 곁에서 추위에 떨게 하소서 밝음의 어둠과 깨끗함의 더러움과 배부름의 배고픔을 알게 하시고 아름다움의 추함과 희망의 절망과 기쁨의 슬픔을 알게 하시고 이제는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리어카를 끌고 스스로 밥이 되어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이 되게 하소서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
-
다알리아!삶 2015. 6. 18. 18:03
아침 / 천상병 아침은 매우 기분 좋다. 오늘은 시작되고. 출발은 이제부터다. 세수를하고나면. 내할일을 시작하고. 나는 책을 더듬는다. 오늘은 복이 있을지어다. 좋은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이 있기를 어느 날 하루는 여행을 / 용헤원 어느 날 하루는 여행을 떠나 발길 닿는 대로 가야겠습니다. 그 날은 누구를 꼭 만나거나 무슨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의 짐을 지지 않아서 좋을 것입니다. 하늘도 땅도 달라 보이고 살아 있는 표정을 만나고 싶습니다. 시골 아낙네의 모습에서 농부의 모습에서 어부의 모습에서 개구쟁이의 모습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알고 싶습니다. 정류장에서 만난 삶들에게 목례를 하고 산길에서 웃음으로 길을 묻고 옆자리의 시선도 만나 오며 가며 잃었던 나를 만나야겠습니다. 아침이면 숲길에서 나무들의 이야..